[WBC 결산] ‘뭉치면 강하다’ 바로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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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3월 26일 07시 53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막하기 전 국내 야구계에서는 대표팀의 성적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비록 사령탑으로는 지덕을 겸비한 3년 전 4강 신화의 마술사 김인식 감독이 취임했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단 구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근래 보기 드문 약체’라는 인식을 지울 길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변의 평가와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김인식 감독마저 도쿄 라운드 직전까지는 “만만한 상대가 없다. 2라운드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며 고민스러운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게다가 대표팀에 합류한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기용법을 놓고 소속구단인 클리블랜드와 WBC 조직위원회가 거듭 간섭을 하고, 급기야 3월 7일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는 2-14, 7회 콜드게임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가 돌아오자 2라운드 이후 전망은 몹시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용장 밑에 약졸 없다’라는 말처럼 대표팀은 싸울수록 강해졌다. 이승엽을 대신해 김태균이 분전했고, 박찬호의 그림자는 봉중근이 걷어냈다.

최종 엔트리 진입을 자신할 수 없었던 정현욱과 이범호는 ‘만약 그들이 없었더라면’이라는 가슴 철렁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지난 20일간 김인식 감독과 야구대표선수들은 ‘야구는 단체경기이고, 팀워크가 생명’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절절한 외침으로 되살려냈다.

초대 대회 4강의 성적을 넘어선 준우승의 성과는 분명 ‘예상 밖 선전’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야구대표팀 전원의 희생과 눈물, 도전정신과 투지가 서려있었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들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전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일본 선수들의 기량과 그들 나라의 야구 수준이 우리보다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09년 3월을 관통한 야구대표팀의 예상 밖 선전으로 한국민은 다시 한번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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