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대신 TV앞에서 ‘3월의 함성’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한국 야구대표팀이 18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라운드에서 라이벌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벌이는 동안 온 국민의 시선은 TV 중계에 쏠렸다.

이날 정오에 경기가 시작되자 서울시내 주요 도로에는 평소보다 차량 통행량이 뚝 떨어졌다. 사무실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신촌, 강남역 근처 등도 평소보다 한산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로 붐비던 청계천변은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직장인들은 삼각김밥, 라면, 샌드위치 등으로 회사 안에서 끼니를 때웠다. 신촌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은 “평소에는 점심시간에 삼각김밥을 사가는 직장인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아주 많았다”며 “다들 김밥을 사며 ‘빨리 가서 야구 보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대형 TV가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식당은 TV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매출이 좌우됐다. 낮 12시 반경 여의도의 한 식당을 찾은 회사원 김성광 씨(29)는 “식당마다 점심을 먹으며 야구를 보려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TV가 없는 패스트푸드점은 자리가 남아 돌았다.

오후 근무시간에도 ‘야구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회사원이 많았다. 국회 사무처에서 일하는 공무원 김모 씨(26)는 “근무시간에 TV로 볼 수는 없으니 다들 속보라도 접할 방법을 찾아 헤맸다”며 “문자중계, 인터넷 라디오 등으로 간신히 경기 상황만 접했다”고 밝혔다.

회사원 윤현구 씨(33)는 “근무 중 누군가 작게 소리를 지르면 다들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외근 나간 직장 동료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중간 경기 결과를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 문자중계 게시판 등에서 수시로 결과를 확인하고 댓글을 올리는 누리꾼도 많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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