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수첩] 위기 즐기는 ‘신세대의 힘’은 계속된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7시 56분


한때 삼성, LG에서 투수코치로 활약한 임호균 씨는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일본-쿠바,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했다.

임 씨는 국내 투수 가운데 쿠바전에 가장 강했던 투수로 꼽힌다.

임 씨는 2경기를 지켜본 뒤 “한국대표팀이 너무 잘한다. 위기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한국야구 수준이 몰라보게 성장했다. 예전에 대표팀으로 출전해 쿠바전에 등판하라고 하면 다들 핑계를 대 요리조리 피해 할 수 없이 내가 총대를 멨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삼성 이문한 스카우트 역시 “선수들이 위기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데 깜짝 놀랐다”면서 “신세대들이라서 그런지 덕아웃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파이팅이 넘쳤다”고 했다.

파워배팅을 구사하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2회초 만루서 적시타를 허용해 2점을 먼저 빼앗겼다.

그러나 곧바로 이범호의 솔로홈런, 이용규의 기동력을 살린 득점으로 2점을 만회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예전 같으면 한참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WBC 한국대표팀에는 베테랑격인 박찬호, 이승엽을 비롯한 해외파들이 모두 불참했다. 몇몇 선참을 빼면 거의 20대 초반의 젊은 신세대들로 구성돼 있다. 공격을 이끌고 있는 김태균이 27세다.

한국시리즈나 단기전 형태의 국제경기는 기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1990년대 삼성, 한화가 해태에게 한국시리즈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던 가장 큰 요인은 기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자신감 결여됐다. 한국대표팀은 전혀 다르다.

일본에게 2-14의 치욕적인 콜드게임 패를 당하고도 이틀 만에 1-0으로 되갚을 정도로 상대에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있다.

위기에도 순간순간을 즐기며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신세대의 힘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력을 비교하면 일본이 공격력, 투수력, 수비력 등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전력으로 평가받는 심리적 압박감, 자신감 등은 한국이 위다. 일본은 한국전이 매우 부담된다.

프로야구 젖줄인 고교야구팀 숫자가 4100개 대 50여개,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야구 인프라 등에서 일본은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배경이 그라운드에서 한국을 만나면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대의 힘이 LA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LA|문상열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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