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본전에 대한 우리의 자세

  • 입력 2009년 3월 9일 18시 03분


고통스런 패배를 당한 바로 다음 날이었지만, 이미 대만전을 통해 단물이 다 빠진 중국의 투수진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중국을 7이닝 만에 14-0으로 쓱싹 제압한 한국은 이제 일본을 다시 만나 설욕을 준비한다. 두 번째 일본전이 아닌 새로운 일본전이다.

△ 또 한 번의 좌완 선발 봉중근

우리의 좌투수. 비록 김광현의 기대는 꺾였지만, 우리는 또 다시 좌완 선발을 일본전의 카드로 내밀었다. 국내 좌완 3인방의 최고참이자 미국물을 먹고 온 LG의 에이스 봉중근이 이미 예선 통과를 확정짓고 갖는 보너스 게임에서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힘으로 밀어붙이는 위력적인 부분에서 김광현보다는 한 단계 낮은 봉중근이지만 일본의 분석에서 다소 빗겨있던 봉중근임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지난 경기를 통해 일본을 힘으로만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깊이 알게 됐다. 봉중근 역시 충분히 생소함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특색을 갖춘 투수이다.

△ 이대호, 추신수, 이범호! 김 감독의 선택은?

추신수를 지명타자로밖에 쓸 수 없다는 빌어먹을 판단은 대표팀 타순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물론 그 덕(?)에 이진영의 만루 홈런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일본전을 통해 3루수 이대호, 지명타자 추신수의 전술은 실패로 드러났다. 이대호는 3루에서 빠른 정면 타구를 빠뜨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고, 추신수의 방망이도 생각만큼 매섭진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중국과의 경기에 이범호를 3루로 기용하고 이대호를 경기 막판 대타로만 활용했지만, 이대로라면 일본전은 반대로 이대호가 주전으로 나선 뒤 추신수를 대타로 내보내지 않을까 싶다. 수비용(그렇다고 공격이 나약한 것도 아니지만)으로 출전했던 이범호가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반면 추신수의 공격은 실책으로 판명된 우측 강습타구가 전부였다. 추신수에게는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2라운드 이후라면 모를까 이대호가 올림픽 일본전에 홈런을 기록했던 좋은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그렇게 복잡하진 않은 김인식 감독의 주판알 굴리기는 지명타자 이대호, 3루수 이범호 어느 정도 결론이 났을 듯하다.

△ 일본의 이치로, 한국의 이종욱?

한국과의 경기 전까지 16타수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아직 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이치로는 그러나 한국과의 경기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경기도 결국 이치로를 잡지 못하면 제 아무리 봉중근이 견제의 달인이라 해도 매우 곤란한 승부가 될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톱타자 이종욱은 어떤가? 비록 중국전에 안타 하나와 희생플라이로 2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출루하고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궁극적인 톱타자로서의 역할은 해주지 못하고 있다. WBC 타율 .222로 아직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올라오지 못한 느낌이다.

이종욱은 최근 매 국제경기마다 어느 대회, 어느 감독 할 것 없이 단연 1번 타자 1순위로 꼽히며 한국야구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되고 시리즈의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이용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걸 많이 봐왔다. 안타깝게도 또 다시 역사가 재연되려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종욱, 이용규에 이택근까지 세 명의 중견수 요원을 보유한 대표팀이지만 수비력과 중견수에서 1번 타자가 나와야 하는 선수 구성 때문에 사실상 이종욱, 이용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잘 해줘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본다면 이치로와 비교되어야만 하는 일본전이 무섭게 느껴진다.

두산은 항상 이종욱이 출루했을 때 신바람을 냈다. 이젠 그 신바람을 국가대표에서도 보여줄 때다.

△ 하루건너 하루, 4일 연속경기

이제 와서 경기 일정이 화가 나고 아니고를 따지긴 늦었다. 잔꾀를 썼든, 원래 실력이 좋았든 일본은 첫 두 경기를 내리 잡으며 아시아 예선의 1,2위 결정전까지 나란히 경기, 휴일, 경기, 휴일, 경기의 징검다리 일정을 갖게 됐다. 반대로 우리는 4일 연속 경기를 갖는다.

분명히 체력적으로나 컨디션 조절에 있어 불리한 건 우리지만 중국전을 효과적으로 치러 중국전 선발이었던 윤석민, 일본전의 김광현, 장원삼을 제외하면 모든 투수가 일본과의 예선 최종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부분이다. 만일 경기가 박빙으로 나간다면 지난 아시아시리즈에서 호투했던 이승호, 지난 일본전에 잘 던진 정현욱에 이어 오승환, 정대현, 임창용, 정말 총력전이라면 류현진까지 투입할 것이고, 승패에 큰 비중이 없는 만큼 부담을 줄인다면 손민한, 임태훈 등이 오랜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다.

△ 꼭 이기고 싶은 보너스 경기

조 1위를 차지한다면 2라운드에서 상대 조 2위팀과 붙는 일정이지만, 상대 2위팀을 어차피 미리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데다 누가 쉽고 누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없는 만큼 굳이 사력을 다해 이길 필요는 없는, 그들 스스로가 보너스 게임이라고 말하는 게 이번 1,2위 결정전이다. 그러나 일본에게 씁쓸한 대패를 당한 만큼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도쿄 돔에서 꼭 이기고자 하는 대표팀의 열기는 높다. 이기고자 하는 투지는 한국이 더 높은 만큼 1,2위 결정전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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