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 WBC다이어리] 함량 미달 ‘일본 전력분석원’

  • 입력 2009년 3월 9일 08시 00분


6회초가 끝나자 도쿄돔 전광판엔 ‘친절하게도’ 콜드게임 규정이 뜨더군요. 일본어→영어→한국어 순서로요. ‘덕분에’ 알았습니다. 콜드게임을 영문으로 ‘mercy rule’이라 한다는 걸.

일본 미디어는 7일 한국전 7회 콜드게임 승리(14-2)를 ‘역사적 대승’, ‘일본 열광’으로 수식했습니다. 그들의 환희만큼 우리는 아플 것입니다. 이 아픔의 근원은 두려움과 분노입니다.

김인식 감독 말처럼 “0-1로 지나 2-14로 지나 같은 1패”라는 점 잘 압니다. 그러나 이 패배가 단지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에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멸을 자초한 인재처럼 여겨져서 원통합니다.

일단 무서운 경기였습니다. 과거에서 처절하게 반성하는 일본의 저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경기여서죠. ‘실패학(學)’이란 유행어를 만들어낸 국민답습니다. 그들은 어디가 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구했습니다. 베이징의 패장 호시노의 말도 경청합니다. 부끄럽다고 감추지 않고 “굴욕의 역사”라 자인합니다.

김광현을 파헤치기 위해 SK 고지 캠프까지 TV카메라를 보냈습니다. SK 이세 코치에게 이대호 공략법을 물어 “언더핸드에 약하다”는 답변을 듣습니다. 데이터만 뒤지면 찾아낼 답이지만 그걸 들으러 거기까지 가는 그들의 집요함이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게 ‘일본킬러’ 김광현은 완벽히 해부됐습니다. 1회 이치로-나카지마-아오키는 전부 김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노려 안타를 쳤습니다. 김광현을 KO시킨 무라타의 홈런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만 일본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죠. 이치로는 도루를 했고, 하라 감독은 대타까지 썼습니다. 그러고도 하라는 “이 한판으로 일본야구의 열등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또 붙을 것이기에 일본의 작전이나 한국의 전력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이 패배는 분노로 다가옵니다. 현장의 김인식 감독조차 반대한 사람이 일본 전력분석원으로 채용됐답니다. 이 사람이 기용되도록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반면 일본통인 SK 김성근 감독과 김정준 전력분석팀장(1회 대회 땐 일본 전력분석원이었다)에겐 자문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느 야구인은 “선동열 감독이 전화 몇 통만 해도 이것보단 분석이 잘 됐을 것”이라 한탄하더군요. 그런 분석원을 자기 사람 챙기기로 밀어넣은 사람은 KBO 유영구 총재를 수행하고 한일전 대참패를 도쿄돔 현장에서 지켜봤답니다. 유 총재를 무슨 낯으로 봤을지 역시 궁금하네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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