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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9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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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7일 한일전 콜드게임은 의미심장하다. 에이스 대 에이스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이 미국에 가서 일본과 대등하게 붙고 싶다면 당장 9일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선발 김광현은 투수코치에게 지적당할 점이 보였다. 마운드에서 뜻대로 되지 않자 감정 컨트롤이 전혀 안되는 게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자신감의 표현이겠지만 안타를 맞고 나서 웃고, 고개 숙이는 한국의 넘버원 에이스의 모습을 일본 TV가 낱낱이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당사자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보기엔 진지함이 결여됐단 인상을 받을 수 있어서다. 마운드 위에서 투수의 컨트롤은 코스의 컨트롤뿐 아니라 마음의 컨트롤까지 포함된 말이라고 기억해줬으면 한다. 내가 요미우리에서 선수생활을 할 땐 팀 차원에서 따로 가르침 받았던 내용이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점은 일본 선발 마쓰자카 다이스케와의 차이다. 내가 보기엔 두 투수 모두 컨디션이 별로였다. 그러나 김광현은 안 될수록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집착했다. 그것도 전부 스트라이크로. 이치로의 첫 안타도, 무라타의 홈런도 전부 슬라이더가 맞은 것이다. 무라타, 나카지마 등은 김광현의 다른 구질을 커트해낸 뒤 오히려 슬라이더를 노릴 정도였다. 이렇게 일본이 슬라이더를 집중 연구했는데 김광현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안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좋아도 그것뿐이면 이치로는 당연히 친다. 그리고 이치로가 살면 일본타선 전체가 타오른다. 반면 마쓰자카는 첫 이닝에서 실점한 뒤 이닝이 흐를수록 레퍼토리를 계속 시험하고 바꿔나갔다. 또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한국타자를 유인했다.
9일 순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싶다. 헝그리 정신, 투쟁심 이런 게 절실하다. 물론 부상이 나오면 안 되겠지만 ‘미국 라운드는 엔트리 교체가 가능하니까 다쳐도 상관없다’는 각오에서 나오는 파이팅 스피릿을 부탁하고 싶다. 일본전 대패가 약이 될지 아닐지는 한국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린 문제다.
도쿄 | 스포츠동아 일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