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빙벽, 너를 밟고가마!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박영석 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에베레스트 원정대원들이 설악산 토왕성폭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미 송준교 강기석 진재창 대원, 박영석 등반대장, 이형모 신동민 대원.
박영석 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에베레스트 원정대원들이 설악산 토왕성폭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미 송준교 강기석 진재창 대원, 박영석 등반대장, 이형모 신동민 대원.
토왕성폭포 좌벽을 오르는 대원들. 지난해 가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길을 내는 데 실패한 박 대장은 이달 말 재도전에 나선다. 속초=황인찬 기자
토왕성폭포 좌벽을 오르는 대원들. 지난해 가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길을 내는 데 실패한 박 대장은 이달 말 재도전에 나선다. 속초=황인찬 기자
박영석 에베레스트 원정대,토왕성폭포 특훈…‘서남벽 신루트 뚫는다’

‘퍼벅퍼벅, 스르륵 쏴∼악.’

거대한 얼음절벽의 허리가 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투∼둑’ 떨어져 내렸다. 얼음폭포 아래에는 떨어져 나간 얼음덩어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3단으로 굽이쳐 총길이 300m가 넘는다는 설악산 토왕성폭포. 상단의 얼음벽은 성큼 다가온 봄에 이미 얇아져 옥색을 띠고 있었다. 얼음을 뚫고 금방이라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낼 기세다.

○ 두 대원 사망 아픔 딛고 5번째 도전

봄은 각국 히말라야 원정대에도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혹한의 겨울을 보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원정대에 길을 터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박영석 등반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에게도 올봄은 남다르다.

2007년 봄과 지난해 가을 에베레스트 서남벽에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신 그는 올봄 다시 도전에 나선다. 1991년과 1993년 대원으로 도전한 것까지 합하면 다섯 번째 원정길.

“토왕성폭포 좌벽에 처음 오른 것이 대학 1학년(동국대 산악부) 때인 1983년입니다. 26년이 흘렀지만 산은 참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박 대장은 해외원정을 떠날 때마다 토왕성폭포를 즐겨 찾지만 에베레스트 서남벽 도전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이곳을 다시 찾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전날 야영지에서 밤을 보낸 대원들은 오전부터 토왕성폭포 좌벽을 타기 시작했다.

급한 곳은 경사가 70도에 이르지만 생명줄 하나에 의지해 50m 높이의 절벽을 가볍게 오르내렸다.

기자의 눈에는 날다람쥐처럼 벽을 타는 대원들이 마냥 신기했지만 박 대장은 “춤추냐” “장난치는 거냐”며 대원들을 독려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대원은 대부분 8000m 이상 고봉 완등 경험이 있는 베테랑. 박 대장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제몫을 하는 든든한 대원들”이라며 “야단을 치는 게 아니라 정신무장을 시키는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 이달 19일 선발대, 26일 본대 출발

도전은 다시 코앞이다.

구자준 원정대장(59·LIG 손해보험 회장)과 박 대장을 필두로 구성된 원정대는 19일 선발대에 이어 26일쯤 본대가 출발한다.

진재창(43) 송준교(36) 신동민(35) 박상문(32) 강기석(31) 이형모(30) 김영미 대원(29·이상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등 대부분의 대원이 재도전에 나선다.

에베레스트 서남벽에 해외 산악인들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코리안 신루트’ 개척을 위한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속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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