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칼링컵 PK승, 아이팟이 공신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축구 선수에게 ‘아이팟(MP3플레이어)’은 음악만 듣는 휴대용 기계가 아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일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겨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맨유는 에드윈 판데르사르 대신 이날 선발로 나온 후보 골키퍼 벤 포스터에게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승부차기를 시작하기 전 짧은 휴식 시간에 포스터는 골키퍼 코치 곁으로 갔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포스터가 본 것은 아이팟에 담긴 토트넘 선수들의 과거 페널티킥 영상.

웃는 얼굴로 먼저 골대에 선 포스터는 첫 번째 선수로 제이미 오하라를 맞았다. 아이팟 영상에 의하면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컵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의 16강전에서 오하라는 페널티킥 때 왼쪽으로 공을 차 넣었다.

오하라가 슛을 쏘자 포스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공은 골대 밖으로 튕겨 나갔다.

포스터는 경기 뒤 “오하라가 즐겨 차던 방향으로 킥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사전에 준비가 돼 있었다. 이것은 아주 환상적인 도구다”라고 말했다.

결국 맨유는 4-1로 이겼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규정에 어긋난 일은 없다”며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아이팟이 축구 선수의 필수품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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