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빈부 차별없는 세상, 축구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모자이크를 붙여 화합의 상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사커시티의 전경. 현재 증축공사가 한창인 이 경기장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린다. 요하네스버그=황인찬 기자
‘모자이크를 붙여 화합의 상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사커시티의 전경. 현재 증축공사가 한창인 이 경기장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린다. 요하네스버그=황인찬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 앞으로 1년 4개월… 준비 현장을 가다

주경기장 ‘화합’ 염원 담은 모자이크 외벽 공사 한창… “혼란 벗어날 탈출구” 기대 높아


축구공이 평화를 가져올까.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의미가 깊다. 인종 갈등과 빈부 차, 사회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남아공이 월드컵을 계기로 진정한 화합과 발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2005년 개최지 선정 당시 “남아공은 월드컵 개최 능력이 충분하다. 특히 인종차별 완화를 위해 월드컵 유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남아공의 희망, 사커시티를 가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서남쪽으로 25분쯤 차를 타고 달리면 허허벌판 사이로 커다란 스타디움이 눈에 띈다. 남아공 월드컵의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사커시티 경기장이다. 1987년 8만 석 규모로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올해 말까지 증축공사가 마무리되면 관중석이 9만4700석으로 늘어난다.

23일 사커시티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0여 대의 대형 크레인과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새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전통 도자기 형상의 경기장을 뒤덮은 철골 위에 갈색과 황토색 외장재를 모자이크로 붙이는 작업이 이어졌다.

남아공의 역사는 파란만장했다. 1770년대부터 시작된 서구 식민지배에 이어 1948년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시행, 그리고 1994년 만델라 대통령을 선출한 첫 민주선거까지. 이 질곡의 역사가 모자이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사커시티에 대한 남아공 국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희망의 월드컵이 열리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올해 말까지 차질 없이 완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었다.

○ 빈곤층 참여 위해 입장권 가격 낮춰

남아공은 월드컵 기간에 약 35만 명의 축구팬과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아공 정부는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경기장 건설 인부들에게 1인당 두 장씩 무료입장권을 지급했다. 가장 싼 입장권을 140랜드(약 2만2400원)로 정해 빈곤층의 월드컵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가장 싼 입장권은 35유로(약 6만7000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6만 원이었다.

남아공은 아직 치안이 불안하다. 대낮에도 도심에서 소매치기와 강도사건이 발생한다. 밤에는 현지인조차 외출을 꺼릴 정도다. 고급 빌라촌 앞에 걸인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남아공 국민은 월드컵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믿고 있다. 남아공의 희망이 축구에서 싹트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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