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2월 18일 07시 4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딱 7년 만입니다. 이승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단 게 말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금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도 참 행복했습니다. 이승호에게는 더 특별한 추억입니다. 두 번 다 국가대표로 참가했으니까요.
누구보다 잘 나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0년 데뷔하자마자 ‘10승 투수’로 신인왕이 됐고, 이듬해에는 14승을 올리면서 에이스가 됐습니다. 2004년에는 무려 15승이나 따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기억조차 하기 싫을 겁니다. 부상, 수술, 재활, 그리고 또 재활. 알려진 대로 그는 지난 시즌에서야 길고 지루했던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게다가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하는 유일한 선수입니다. 그래도 그는 미소부터 짓습니다. “엔트리를 보니 내가 가장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탈락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그런데 투수 엔트리가 사실상 확정됐다면서요? WBC에서 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얼마 만에 단 태극마크인데요. 제 몫을 꼭 해내고 말 겁니다.”
이승호는 다시 짐가방을 메고 선수단 버스로 향합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왼팔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참 평범하게만 보이는 팔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많은 내공이 숨어 있습니다. 2008년 10월을 수놓았던 그 왼팔의 힘을, 2009년 3월에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