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호주오픈 4시간23분 접전끝 페데러 꺾고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황제여, 울지마오”

여자부선 세리나 복식이어 단식도 제패 2관왕 기염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승리를 결정지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3·스페인)은 코트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환호했다.

반면 쓰라린 패배를 당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28·스위스)는 시상식에서 말문을 잇지 못하다 눈물까지 흘렸다. 1일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

세계 1위 나달은 4시간 23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위 페데러를 3-2(7-5, 3-6, 7-6<7-3>, 3-6, 6-2)로 눌렀다.

나달은 스페인 선수로는 대회 첫 챔피언이 되며 200만 호주달러(약 17억8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또 라이벌 페데러와의 대결에서 최근 5연승을 비롯해 13승 6패의 우위를 지켰다.

메이저 통산 6승째를 거둔 나달은 지난해 붉은색 클레이코트의 프랑스오픈과 녹색 잔디코트에서 치러진 윔블던에 이어 호주오픈의 푸른색 하드코트에서 페데러를 연파하며 자신의 시대를 예고했다. 하드코트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으며 올 시즌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휩쓰는 그랜드슬램 달성의 가능성마저 열었다.

흐느끼는 페데러를 보며 당혹스러워한 나달은 “페데러의 심정이 어떨지 알기 때문에 미안하다. 호주오픈 우승이 내게는 꿈만 같다”고 말했다.

나달은 준결승에서 역대 최장인 5시간 14분간의 접전 끝에 페르난도 베르다스코(15위·스페인)를 꺾은 뒤 40시간 만에 다시 페데러와 맞붙어 불리한 조건이었다.

나달은 체력 저하가 예상됐지만 뛰어난 집중력과 코트 구석을 찌르는 백핸드 스트로크가 위력을 떨치며 서브가 흔들린 페데러를 꺾었다.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갖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14회) 타이기록과 함께 세계 랭킹 1위 탈환도 노렸으나 모두 실패한 페데러는 ‘나달 징크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신력 강화가 새삼 과제로 떠올랐다. 페데러는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기록한 5패를 모두 나달에게 당했다.

전날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2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3위 디나라 사피나(러시아)를 59분 만에 2-0(6-0, 6-3)으로 완파했다. 언니 비너스와 복식 우승을 합작한 뒤 2관왕에 등극한 그는 2003, 2005, 2007년에 이은 홀수 해 징검다리 우승을 이루며 통산 10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9월 이후 세계 랭킹 1위에도 복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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