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더블’ 올시즌 男농구선 한명도 없다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외국인 기량 하향 평준화 영향

토종들 “시간 줄고 기록 부담”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 박정은(32)은 12일 처음으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뒤 “농구공을 잡은 지 20여 년 만에 소원 하나를 풀었다”며 기뻐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 슛 가운데 3가지 부문에서 10개 이상을 기록하는 트리플 더블은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코트의 팔방미인을 뜻하는 트리플 더블러는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정규 시즌이 반환점을 돌도록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997년 출범 후 지난해까지 트리플 더블이 나오지 않은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시즌 이처럼 트리플 더블이 실종된 건 왜일까.

통산 7차례 트리플 더블을 기록해 현주엽(LG)과 함께 국내 선수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주희정(KT&G)은 “내 경우는 최근 네 번 정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기록을 의식하다 보니 실패했다. 올 시즌에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꼭 하겠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7일 LG와의 경기에서도 17득점, 14어시스트에 리바운드 3개가 부족해 아쉽게 트리플 더블을 놓쳤다.

현주엽은 출전 시간 감소를 그 이유로 꼽았다.

트리플 더블을 양산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된 데다 2, 3쿼터에는 용병이 1명만 뛰게 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조직력과 패스에 신경 쓰기보다는 주로 1대1 공격 또는 골밑 플레이에 치중하다 보니 동료 간에 어시스트 수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트리플 더블은 키 작은 가드들도 장신 숲을 헤치고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거나 덩치 큰 선수가 아기자기한 패스를 앞세운 도우미로 나서는 등 코트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강동희 동부 코치는 현역 시절 24득점, 13어시스트에 11개의 가로채기로 이색 트리플 더블을 완성했다.

김주성(동부)은 기록 밀어주기 논란을 일으켰던 2004년 경기에서 21득점, 15리바운드에 11개의 블록 슛으로 트리플 더블러가 되기도 했다.

야구의 사이클링 히트, 축구의 해트트릭에 비교되는 트리플 더블이 올 시즌 언제 처음 탄생할지 지켜보는 일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