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프로농구… 신인왕 경쟁도 안개속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똑같이 계속 당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반환점을 돈 올 정규 시즌에 대해 이런 관측을 내렸다.

유난히 특정 팀에 대한 연승과 연패가 쏟아지는 보기 드문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비스만 해도 오리온스에 시즌 3전 전패를 당했지만 KT&G와 LG에는 3연승을 거두며 천적의 모습을 보였다.

유 감독은 “오리온스와 맞붙을 때는 상대 슈터 김병철, 전정규가 워낙 펄펄 날아서 우리 수비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KT&G는 오리온스에 3연승을 거두고 있기에 모비스와 함께 세 팀은 묘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단독 선두 동부는 삼성에만 시즌 9패 가운데 3패를 당하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삼성 레더와 3점슛 봉쇄에 신경 쓰라”는 주문을 반복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장신 군단에서 새롭게 빠른 팀컬러로 변모하고 있는 KCC는 스피드가 뛰어난 모비스와 오리온스에 3전 전패에 빠져 있다.

반면 꼴찌 KTF는 시즌 8승(20패) 중 오리온스에만 3승을 뽑아내며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예년과 달리 올 시즌에는 강팀과 약팀을 막론하고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는 만만한 상대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 셈이다.

이상범 KT&G 감독은 “전력 평준화 경향에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진 결과”라고 말했다.

혼란스럽기는 평생 한 번뿐이라는 신인왕 경쟁 구도도 비슷하다.

당초 올 시즌에는 역대 최고라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하승진(KCC), 2순위 김민수(SK), 3순위 윤호영(동부) 등 대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과 부상, 성적 부진, 더딘 프로 적응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 5순위 차재영(삼성)과 9순위 기승호(LG)가 흙 속의 진주로 떠올랐다.

차재영과 기승호는 끈끈한 수비와 고비마다 터뜨리는 정확한 3점 슛으로 코칭스태프의 칭찬을 자주 듣는다.

신인 드래프트 4순위 강병현은 전자랜드에서 KCC 이적 후 출전 시간이 35분으로 늘어나며 평균 득점도 12점으로 껑충 뛰어 신인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평소 라이벌 구단으로 흥행 몰이에 나섰던 이동통신업체 KTF가 최하위에, SK가 9위에 처지며 동병상련이 된 것도 이색적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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