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 ‘아빠’ 정성훈 웬 웨딩촬영?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8시 46분


2005년 2월 27일. 울산의 한 결혼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정성훈(29·부산·사진)-박연희(28) 부부에게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당시 소속 팀 대전의 브라질 전훈에 참가한 정성훈이 결혼식 3일 전에 귀국하는 바람에 박연희씨가 식장을 잡는 것부터 청첩장을 돌리는 일까지 모조리 도맡았다.

경제적인 여유도 없어 웨딩촬영도 속전속결로 후딱 해치웠다. 더구나 시즌 개막 직전이라 정성훈은 신혼여행을 갈 새도 없이 곧바로 남해 전훈을 떠나야 했다. 울산에서 남해까지 가는 동안 정성훈은 아내 손을 꼭 붙잡았다.

“연희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나중에 정말 멋진 곳으로 꼭 신혼여행 데려가줄게. 그리고 우리 결혼기념일 때 꼭 다시 웨딩촬영하자.”

남해에 도착한 부부는 팀 숙소였던 호텔 방 하나를 잡아 첫날밤을 치렀다.

정성훈이 3년 만에 아내와의 약속 하나를 지켰다. 정성훈은 올 시즌 부산에서 8골 4도움을 올렸고 대표팀에도 뽑혀 주전으로 활약하며 K리그 MVP 후보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아내 손을 잡고 웨딩 촬영장으로 향했다.

둘 뿐 아니라 그 사이 태어난 아들 원준이와 변변한 웨딩사진 하나 없는 양가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혀 드렸다.

박연희 씨는 “나도 좋았지만 특히 양가 어머님들이 너무 기뻐하셨다.이제 신혼여행도 가고 내 집 마련의 꿈도 꼭 이루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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