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실내체육관에는 만원에 가까운 5446명의 관중이 몰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최근 선전을 펼치는 오리온스를 응원하기 위해 홈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팬은 낙심했다. 4쿼터 들어 30여 점 차로 동부에 뒤지자 허탈해하며 일찍 자리를 떴다. 장내 아나운서는 “실망하지 마세요. 김승현 선수가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다음 경기에서는 이길 겁니다. 경기장을 꼭 다시 찾아주세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동부는 9일 김승현이 빠진 오리온스를 106-75로 크게 이겼다. 전반에만 61-38로 앞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싱거운’ 경기였다.
지난 시즌 허리 디스크로 제대로 코트에 서지 못했던 김승현은 개막 후 3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돌연 전날 아침 왼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2경기 연속 빠졌고, 팀은 2연패를 당했다. 김상식 오리온스 감독은 “승현이가 빠져도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잡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12일 KTF전에 나올 예정.
전창진 동부 감독도 아팠다. “몸살이 심해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겨우 왔다”는 전 감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벤치를 지켰다. 웬델 화이트(34득점) 김주성(20득점) 등 동부 선수들은 아픈 감독에게 완승을 선물했다.
전주에서는 ‘거물 신인’ 하승진이 폭발한 KCC가 전자랜드를 78-72로 누르고 4연승을 달렸다. 222cm의 하승진은 30분을 뛰며 21득점 18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출전 시간, 득점, 리바운드 모두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특히 하승진은 경기 종료 1분 28초 전 72-70으로 앞선 상황에서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슛과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시즌 12번째 시도 끝에 첫 자유투를 성공하는 기쁨도 맛봤다. 동부와 KCC는 나란히 4승 1패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대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8일 전적
모비스 94-88 전자랜드
L G 93-80 오리온스
KT&G 113-77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