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친구의 난’ 김동주 vs 김재현…우정과 열정 사이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7시 43분


고교에서 프로까지 ‘우정의 맞수’ 질긴 인연…통산성적은 김동주, PS학점 김재현 우세

○ 오늘 KS 3차전 숙명의 펀치대결

친구이자 라이벌, 그 질긴 인연과 악연의 굴레가 2008년 가을에도 이어지고 있다. SK 김재현(33)과 두산 김동주(32) 얘기다.

15년 전인 1993년. 신일고 3학년 김재현은 최고타자로 주가를 올렸고, 배명고 3학년 김동주는 에이스와 4번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야구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우동주 좌재현’이라고 불렀다.

김재현은 LG와 연세대, 김동주는 OB(현 두산)와 고려대 사이에서 스카우트 전쟁을 겪었다. 이들의 진로는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김재현은 프로에 뛰어들었고, 김동주는 대학무대를 선택했다.

김재현은 프로 입단 첫해인 94년 고졸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면서 LG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동주는 고려대에서 국가대표 4번타자로 성장하며 착실히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두 갈래로 나뉘어졌던 길은 98년에 합쳐졌다. 김동주가 OB 유니폼을 입으면서 본격적인 프로무대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그러나 김재현이 2002년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서 수술과 재기를 반복했고, 김동주는 승승장구하며 대한민국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재현이 SK에 둥지를 틀면서 이제 서울팀 간판스타로서 라이벌 관계는 청산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SK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면서 질긴 인연의 사슬은 다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이들의 우정과 라이벌 의식을 잘 보여준 무대였다. 문학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팀이 ‘벤치클리어링(집단몸싸움)’을 벌일 때 김동주는 극도로 흥분했다. 채병용의 투구에 맞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김동주였지만 자신의 등 뒤에서 붙잡는 선수를 쳐다보다 김재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비로소 진정했다. 그러나 잠실 3차전 때는 둘 모두 흥분을 삭이지 못하고 집단 난투극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프로경력은 김재현이 4년 앞서지만 고관절 수술과 재활로 시간을 허비해 프로통산 성적은 엇비슷하다. 올해까지 통산기록을 보면 김재현은 타율 0.294, 181홈런, 840타점, 2루타 275개, 100도루를 기록 중이다. 김동주는 타율 0.310, 214홈런, 833타점, 2루타 212개, 35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김재현이 앞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김재현은 5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94년(LG)과 지난해(SK) 2차례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며 ‘가을 사나이’로 등극했다. 김동주는 3차례 한국시리즈에 참가해 2001년 딱 한번 정상에 올랐다. 김재현은 지난해 최종전(6차전)에 이어 올해 1, 2차전까지 한국시리즈 3연속경기 홈런으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개인통산 4홈런이다. 김동주는 한국시리즈 개인통산 홈런 1개에 그치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김재현은 7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 김동주는 8타수 2안타에 타점이 없다. 특히 2차전에서 김재현은 데일리 MVP에 오르며 주가를 올렸지만 김동주는 실책 2개를 범하다 생애 처음 1루수로 자리를 바꿔야하는 수모를 겪어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아직 한국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1승1패다.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따지면 20년이 훌쩍 넘은 우정과 라이벌 대결.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29일 오후 6시 잠실에서 시리즈 향방의 분수령이 될 3차전이 펼쳐진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관련기사]김광현·김현수 “MVP 독식<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동상이몽

[관련기사]SK “4차전 선발? 3차전에 달렸다”

[관련기사]‘김광현 선거운동’ 나선 김성근

[관련기사]정원석 “PS 딱 10초 뛰었어요”

[관련기사]KS 3차전 ‘복수혈전’ 이혜전 vs ‘명예회복’ 레이번…외나무 혈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