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도 대기는 끊임없이 꿈틀댄다. 선수와 지도자간의 의견교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활을 당기는 것은 선수의 몫. 오조준의 순간, 결국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그래서 양궁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담력이다.
문 감독은 제자 가운데 가장 담력이 뛰어났던 선수로 ‘신궁’ 김수녕(37)을 꼽았다. 담력이 없었다면 그녀가 7년의 공백을 딛고 1999년, 다시 활을 잡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도 담력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그 치열한 대표선발전의 와중에도 사랑의 화살을 날린 것, 그리고 운동에 전혀 지장 없이 사랑을 키워간 것도 보통 담력으로는 불가능. 주현정(26·현대모비스)과 계동현(25·현대제철)은 양궁계에서 ‘공인커플’이었다. 올림픽 이후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는 주현정. 프러포즈의 화살도 과감하게 먼저 날렸다. 선수들 얘기만 할 필요가 없다. 보통 담력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암 선고를 받고도 감독직을 계속할 수 있을까. 11월, 문 감독은 다시 항암치료를 받는다. “양궁을 통해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문 감독의 말이 귓전에 남았다.
예천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 = 예천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