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히어로즈 담배도 마지막이야”

  • 입력 2008년 10월 6일 08시 24분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쉼없이 담배를 피웠다. 예전에 히어로즈를 후원하던 회사 제품이었다. 스폰서 철회 뒤 담배를 바꿨지만 입에 익어서 다시 피운다고 했다. 이 감독은 “(협찬 받은) 담배는 이게 마지막이야. 이젠 사서 피워야 돼”라며 웃었다.

5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1위팀인 SK의 김성근 감독보다 이 감독 쪽에 더 사람이 몰렸다.

누구보다도 이 감독이 이유를 잘 아는 듯했다. 그는 히어로즈 점퍼를 입기 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오늘은 내가 히어로즈(영웅)야”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다른 경기가 없어서 TV 중계만 3곳이 붙었다. 화려해서 더 서글픈 ‘고별전’이 돼 버렸다.

정식 해임 통보를 받기도 전에 해고가 확정돼버린 유례를 찾기 힘든 ‘봉변’을 당했건만 그는 끝까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란 신조를 관철했다.

“(프런트가) 경험이 미숙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만 했다. 그러나 “감독 한 두 번 해봤냐?”는 말 속엔 히어로즈와 결별이 강하게 암시돼 었다.

사나흘 전만 해도 의욕을 불태웠던 팀 리빌딩은 감독직에서 떠나게 된 지금, 본의 아니게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경기 전 SK 김 감독을 찾아가 연습경기 약속을 못 지킨데 대해 직접 양해를 구했다. 조만간 제주도에 내려가 서귀포 강창학야구장 사용 계획 취소도 통보할 예정이다.

결산을 부탁하자 이 감독은 “덮다가 시즌 끝난 것 같다. 선수들 야단치기 힘들더라. 팀 미팅은 딱 두 번했다. (후임이 누가 오든) 제대로 대우받고 야구했으면 좋겠다. 바라는 건 그것뿐”이라고 했다. 좋았던 추억을 묻자 “너무 많아서 기억을 못 하겠다”고 딱 한마디만 했다. 주위의 모두가 웃었다. 마지막까지 히어로즈는 희극적 비극이었다.

문학=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사진 =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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