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징크스는 무서워”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50분


황선홍(40·사진) 부산 감독에게는 때로 새내기답지 않은 노련함이 묻어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지금은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승부욕 강하기로 소문났지만, 사령탑에 오른 후에는 철저하게 이를 속으로 숨기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황 감독도 ‘징크스’ 이야기만 꺼내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부산은 최근 몇 년 간 리그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며 각종 징크스를 생산해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10경기 째 단 한 번도 FC서울을 이기지 못했고, 수원에도 2006년 6월 이후 무승이다. 전남에는 2002년 7월 이후 무려 6년째 홈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부산에 와 보니 무슨 징크스가 이리도 많은지 처음에 놀랐다”며 “이런 징크스는 빨리 빨리 깨야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징크스라는 것이 어쩌면 현재 경기력과는 다소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얽매인 선수들이 부담을 가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부산은 13일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홈경기 6년 무승’이라는 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수원(8월 31일, 1-1무)과 서울(9월 6일, 2-3패)을 상대로는 승리 일보 직전에 분루를 삼켰다. 17일 홈에서 벌어진 수원과의 리턴매치에서도 상대를 경기 내내 거세게 몰아세웠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없이 비겼다.

하지만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있다”는 황 감독의 말처럼 부산의 징크스 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어쩌면 황 감독 자신도 ‘스타플레이어는 명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해묵은 징크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지 모른다.

부산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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