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감동의 숨결은 그대의 가슴에 살아있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47분


서울올림픽 개최 20돌 메달리스트 한자리

20년을 뛰어넘어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메달리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22·경희대)의 집에는 20년 묵은 사진 한 장이 있다. 언니와 아버지가 서울올림픽경기장에 가서 찍은 것. 비록 빛은 바랬지만 임수정의 기억은 또렷했다. “무슨 종목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왜 안 데려 가냐고 떼를 쓰고 울었다”고 했다.

88둥이 손태진(20·삼성에스원)은 당연히 올림픽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지자 “이 노래는 안다”며 웃었다. 진종오(29·KT)는 “워낙 어릴 적이라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소속팀 차영철(49) 감독님이 그 때 말씀을 자주 하셔서 잘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올림픽의 경험이 없어도 좋았다. 사진으로, 노래로, 또는 주워들은 전설로. 모두의 가슴속에는 그 때의 감동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17일, 올림픽공원 서울올림픽기념관 앞 광장에서는 서울올림픽 개최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는 김주훈 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박세직 88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등 체육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장과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영상메시지로 행사를 축하했다.

20년 전의 금메달리스트들은 후배들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엄마가 된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수녕(37)은 “그 때는 고등학생 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복싱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 박시헌(43·국가대표상비군감독)은 오른 손등을 내보이며, 골절상에도 불구하고 링에 올랐던 20년 전을 떠올렸다. 복싱 플라이급 금메달리스트였던 김광선(44·육군사관학교겸임교수)은 “후배들이 인파이터로 변신해야 한국복싱의 영광을 찾을 것”이라며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기념식 이후에는 서울올림픽 개최 20주년 기념스포츠사진전과 ‘체육인 감동수기’ 출판기념 팬사인회도 열었다. 박태환(19·단국대)과 장미란(25·고양시청), 남현희(27·서울시청) 등 스타들의 사인을 받은 팬들은 “실제로 보니 올림픽 스타들이 더 멋있다”며 추억을 가슴에 담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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