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뒷이야기

  • 입력 2008년 8월 26일 16시 01분


온 국민에게 열정과 감동을 느끼게 해준 올림픽의 막이 내렸다. 메달을 걸고 귀국한 선수들 또한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최선을 다해 뛰었던 그들이 돌아왔다. 17일간의 열전 속에서 울고 웃었던 그들에겐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들어 본다.

▽하일성 사무총장의 줄담배

수많은 명 경기를 지켜 보며 해설했던 명 해설가 출신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사무총장도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야구대표팀의 경기는 가슴을 졸이고 졸인 승부였다. 하총장은 한국의 역전승과 1점차 승부가 계속되자 매회가 끝날 때마다 줄담배를 피우며 “이런 경기 몇 번만 더 보면 쓰러지겠다”고 하소연. 하총장은 2002년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뒤 담배를 끊었었다.

▽최민호 목욕탕이 가장 가고 싶었다

전 경기를 한 판승으로 따내며 승리한 남자 유도 최민호는 한국에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찜질방이나 목욕탕을 가고 싶었다고. 선수촌에서는 샤워기 밖에 없어 평소 즐기던 냉온탕이나 사우나를 하지 못해 근질 근질 했다고. 또 금메달 땃을 때 정말 많이 울었는데 솔직히 창피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

▽중국에 떠돌았던 괴소문

이번 올림픽에 중국이 워낙 공을 많이 들이자 온갖 괴소문이 돌기도. 중국이 선수촌 인근의 주민들을 이주하게 하고 유흥업소의 문을 닫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의 주민 통제와 관련해 소문이 돌았던 것. “중국이 국가이미지 관리를 위해 뚱뚱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다. 살이 찐 사람들은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줄무늬 옷을 입힌다” 는 내용과 “외국손님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주민들에게 반바지를 못입게한다”는 소문이 한국에 퍼졌던 것.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문의 전화가 오기도했지만 이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박태환이 특수 코마개를 한 이유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던 박태환은 특수 코마개를 하고 오갔다. 이는 중국의 대기오염 때문에 행여나 컨디션에 지장을 받을까봐 우려한 조치. 외국 선수단은 마스크를 하고 오가기도 했다. 박태환도 마크스를 제의 받았으나 외관상 좋지 않다’며 거부해 선수단은 마스크 대신 코마개를 주었다는 후문. 먼지를 걸러 주는 역할을 한 이 코마개는 코 속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겉으로는 코마개를 했는지 구분이 안된다. 박태환은 경기에 쓰고 나갈 모자 색깔에도 신경을 쓰는 등 자신의 이미지관리에도 힘쓰는 신세대 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루지 못한 10억원의 꿈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회장 유경선)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포상금으로 1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아쉽게도 본선 진출에 실패. 트라이애슬론 연맹은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딸 경우 서울시내 아파트 한 채를 사주기로 포상 약속을 했었다. 이밖에 근대5종경기에서는 한국 선수가 20위권에만 들어도 ‘원하는 선물’을 주기로 했으나 실패했다.

▽펠프스와 노민상 감독.

인터뷰를 싫어해 얼핏 내성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펠프스와 노감독이 만난 것은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경기를 앞두고 미리 경기장의 물 온도 등에 대한 적응을 위해 훈련을 하려던 참이었다. 키 193cm의 펠프스가 들어서자 버스가 꽉찼다. 마침 자리에 앉아있던 노감독은 펠프스의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펠프스는 깎듯하게 인사하며 가방을 맡겼다. 그는 감사의 뜻으로 노감독에게 미국 선수단 뱃지를 건네 주었다. 노감독은 이때 펠프스가 신기록을 세울 것뿐만 아니라 그의 전성기가 오래 갈 것이라는 예감을 받았다고. 노감독은 “펠프스는 동양적 예절과 인성을 지닌 것 같다. 겸손하고 인내심이 강한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심성으로 인해 그가 강훈련을 소화하고 전성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펠프스는 “음악을 듣고 운전을 즐기는 것 외엔 운동을 하는 것이 내 삶의 전부”라며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 했다. 그는 힙합을 즐겨듣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젊은이다.

▽중국어 배운 펠프스 중국어 때문에 곤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펠프스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어 학습에 열을 올렸다. 박태환이 은메달을 따낸 남자 자유형 200m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펠프스는 중국기자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 때 펠프스는 동시통역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았다. 펠프스가 중국어를 배웠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중국기자는 여러 개의 질문을 그치지 않고 퍼부었다. 그러나 결국 펠프스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다며 웃었다. 펠프스가 결국 답변을 못했다. 중국기자들의 중국어 질문이 끊이지 않자 결국 진행자는 중국어 질문을 차단하고 기자회견을 진행. 펠프스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스페인어나 불어 보다 중국어가 훨씬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

▽여자 핸드볼 오성옥의 마지막 모습

이제 대표팀에서는 은퇴하겠다는 여자핸드볼 대표팀 최고참 오성옥은 마지막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기쁨의 동메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견장을 빠져 나가는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는 회한이 밀려드는 듯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 오성옥은 “솔직히 몸과 마음도 많이 상처를 받았다”는 말과 함께 차에 올랐다. 차안에서 창밖의 먼 곳을 바라보는 오성옥의 모습에서 여자핸드볼대표팀의 온갖 우여곡절이 풍겼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신세기 기자 shk9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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