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밝힌 한국야구 강한 비결은…] 돈으로도 못사는 선후배의 정이 넘실

  • 입력 2008년 8월 26일 08시 48분


“후배들이 대만에서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이승엽의 베이징올림픽 출전 강행은 합리적으로 따지면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의 요미우리에서 연봉 6억엔을 받고 있는 선수가, 그 와중에 성적이 나빠서 2군에 머물던 선수가, 손가락 상태도 완벽치 않았던 선수가, 이미 병역문제는 해결됐고, 수차례 국가를 위해 봉사했던 선수가 굳이 불참해도 탓할 사람 없었을 여건에서 조국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았다.

왜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강행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은 25일 허구연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의 증언에 의해 풀렸다.

“(병역이 해결 안 된) 애들이 대만(올림픽예선전)에서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간곡한 요청에 승엽이는 후배들에게 ‘되도록 가겠다’고 답했다. 올림픽 참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올림픽 준결승 한일전에서 이승엽은 일본야구 사상 최악의 굴욕을 안기는 역전 2점홈런을 작렬했다.

허 위원은 “승엽이가 일본에서 얼마나 눈엣 가시로 비치겠나. 요미우리도 난처해질 수 있고. 그러나 인간 이승엽을 더 좋아하게 됐다. 이승엽보다 더 잘하는 선수야 나오겠지만 참 좋은 친구”라고 감회를 밝혔다.

김동주도 쉽지 않은 형편이었다. 결승전을 40분 앞두고 장딴지 부상이 악화된 김동주는 도저히 안 되면 빠지는 걸로 하고 출장을 강행했지만 내야땅볼을 치고도 전력질주를 감행했다.

허 위원은 “후배들이 모를 리 있겠나. ‘병역면제 위해서 선배들이 이렇게 해주는구나’란 사실을. 선배들이 고마우니까 이기고 펑펑 운 것이다. 이런 팀워크는 일본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살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은 짐꾼을 고용, 선수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후배들이 선배의 짐까지 들어줬다. 이승엽이 <스포츠호치>와 인터뷰에서 한국팀이 강한 이유라고 당당히 밝힌 비결이기도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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