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봉주’는 누구?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이명승-지영준 세계기록과 차이… 엄효석-서행준 가능성 보여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삼성전자) 없는 한국 마라톤의 앞날은 어떨까.

한마디로 암흑기다. 한국 마라톤은 1990년부터 19년간 풀코스를 39번 완주한 이봉주로부터 탈피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났지만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18위(2시간14분37초)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들어온 이명승(삼성전자)은 올해로 29세. 요즘 세계 마라톤에서 30대 중반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이명승은 200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4회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3분42초가 개인 최고기록. 최근 각종 국제대회의 우승 기록인 2시간4∼7분대와는 차이가 난다.

여기에 2003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3초의 국내 현역 랭킹 3위 기록을 세우며 한국 마라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지영준(27·경찰대)도 하향세다. 2004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54초를 뛴 뒤 단 한 번도 2시간10분 이내 기록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마라톤이 이렇게 된 데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마라톤 선수를 육성할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현재 삼성전자와 코오롱, 대우자동차판매 등 일부 실업팀에서만 근근이 마라톤 선수의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1997년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남녀 엘리트 선수가 100명이 넘었는데 이젠 40여 명으로 줄었다. 연맹은 최근 기록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마련했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실패했다.

엄효석(24)과 전은회(20·이상 삼성전자), 서행준(21·건국대) ‘신예 3인방’은 스피드 싸움으로 전개되는 세계 마라톤 무대에서 그나마 경쟁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의 대기일 뿐이다. 엄효석은 2007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8분27초를 뛰었다. 서행준은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6분08초를 뛰어 가능성을 보였다. 최근 방황하던 전은회는 삼성전자에 둥지를 틀고 새롭게 마라톤 인생을 시작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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