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국프로야구에서 도입하고 있는 ‘연장 끝장승부’는 현장의 모든 감독들이 반대하고 있고, 극심한 체력소모라는 부작용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제도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연장 끝장승부’ 대신 승부치기를 도입하면, 몇몇 부작용과 더불어 야구 전통주의자들의 반발도 극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치기가 도입되어야 할 이유는 몇 가지 관점에서 명백하다.
야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야구 마니아에게는 긴 시간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게임수가 많은 야구는 ‘마니아 스포츠’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이 좋아하는 대중스포츠가 되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필연적으로 상존해 있다.
둘째는 미국의 NFL이나 NBA, 그리고 유럽의 프로축구에 비해 한·미·일 프로야구는 홈팀이 유리한 것이 별로 없다. 프로팀은 홈 승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계적으로 홈 승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저조한 프로스포츠 중 하나가 프로야구이다. 초창기 프로리그로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NBA가 인기를 끈 이유 중에 하나가, 유·무형의 지원을 통한 홈 승률의 향상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전, 승부치기는 “초 공격이 유리하다”는 일부전문가들의 견해와는 달리, 필자기 보기엔 ‘말 공격’이 확연히 유리하다. ‘작전 옵션’은 말 공격팀이 쥐고 있다. 즉 프로야구로 치면 말 공격인 홈팀이 유리하다는 것이고, 홈 팀의 승률향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끝장 승부’나 ‘12회 이닝제한’보다 팬들에게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게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정규시즌 팀 당 평균 연장전 횟수는 10여 차례 내외다. 이 정도 경기를 승부치기로 한다고 해서, 승률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대신 극적인 승부가 다양하게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야구 문외한들이 가지고 있는,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확실히 불식시킬 수 있다.
프로스포츠의 리그운영과 제도는 시대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야구의 ‘고유한 룰’은 바꾸기 어렵지만, 프로리그의 운영시스템은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1984년 NBA커미셔너로 취임해서, 아직까지 집권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턴은 스포츠행정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클조던보다 더 유명하다. 그가 수행한 일중에 가장 유의미한 일은 NBA를 제도적으로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에 승부치기를 도입한다면, 프로야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수도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 용 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