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기적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에도 불구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한 둥밍 씨가 휠체어를 탄 채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에도 불구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한 둥밍 씨가 휠체어를 탄 채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사고로 전신마비… 6년 동안 누워있던 둥밍씨

“베이징 개최” 듣고 몸 움직여… 성화봉송 참여

올림픽에서는 기적이 일어난다.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시가 고향인 둥밍(22·여·중앙방송대 심리학 2년) 씨에게도 그런 올림픽의 기적이 찾아왔다.

6세 때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9세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경기 중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잘못 떨어져 중증장애인이 된 것. 깨어나니 목 아랫부분이 마비돼 발끝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담당 의사들은 “1년을 못 넘길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어머니의 격려 속에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삶은 척박했다. 한창 뛰어다닐 사춘기를 그는 침대 위에서 보냈다.

“식물인간처럼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하고 침대 위에 누워 있었지요. 사지가 없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절망하곤 했어요.”

그러던 그에게 2001년 7월 기적이 일어났다. 15세가 된 소녀는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발표하는 텔레비전 방송을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고 있었다. 베이징이 개최지로 확정되자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격정의 순간 둥밍 씨의 몸은 살짝 떨렸다. 6년 동안 꿈쩍 못하던 몸에 ‘온기’가 퍼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이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둥밍 씨는 재활을 통해 완전치는 않지만 양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반신은 아직 불편하다. 하지만 활발한 성격의 그는 2004년부터 휠체어 럭비를 시작했다.

둥밍 씨는 5월 휠체어를 타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올림픽의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다. 쓰촨 성 대지진이 나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6월부터 두 달간 피해 복구 자원봉사에도 나섰다. 그의 밝은 웃음과 삶의 의지는 중국을 감동시켰고, 결국 자신의 삶까지 바꿔 놓게 됐다.

둥밍 씨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까지 직접 밟는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중국 휠체어 럭비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제 인생 자체가 고난 속에 타오르는 성화같다”고 말했다.

둥밍 씨는 8일 개회식 표는 못 구했지만 주경기장을 찾았다. 삼엄한 통제 속에 수백 m 떨어진 철창 너머로 화려한 개막 폭죽을 지켜봤다. 붓글씨를 좋아하는 그는 축하문을 준비했다.

‘世界給中國十七日 中國還世界五仟年(세계급중국십칠일 중국환세계오천년·세계는 중국에 17일을 선물했고, 중국은 세계에 5000년을 선물했다).’

둥밍 씨는 그렇게 홀로 올림픽 개막을 축하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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