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평소 ‘군기반장’으로 불리던 조성환이 적임자였다. 조성환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추천 속에 얼떨결에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팀이 어려운 순간에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의 빈 자리가 더 큰 문제였다. 발 빠른 김주찬, 이인구, 이승화 등이 번갈아가며 1번으로 기용됐지만 애초부터 쉽게 메워질 공백은 아니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의외의 인물에게서 해답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성환이었다. 26일 사직 한화전에서 도루 2개를 성공시켜 감독의 눈에 띈 그는 27일에 올 시즌 처음 1번타자로 기용됐다. 로이스터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조정한 타순이었다. 조성환은 1번으로 나선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냈고, 30일 잠실 두산전에 다시 1번으로 나섰다.
그리고 조성환은 모처럼 한 경기 3안타를 터뜨렸다. 1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3회 무사 2·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 홈을 밟았다. 5회에는 우전안타와 도루에 이은 두 번째 득점. 6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했다가 이인구의 적시타에 홈까지 달려들었다. 4타수 3안타 1볼넷 3득점. ‘공격의 첨병’이라는 흔한 말이 꼭 필요한 활약이었다. 조성환은 “1번이라 출루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짧게 끊어서 치고 중심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3번에 붙박이로 배치되면서 “스윙이 점점 커져서 고민”이라던 그가 마침내 해법을 찾았다는 얘기였다. 조성환은 또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애쓰고 있다”면서 “올림픽 휴식기 동안에도 팀을 잘 추슬러서 후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제 몫을 해내는 조성환이 올 시즌 롯데가 달라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듯 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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