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웅, 지옥에서 천당으로 “오뚝이 만세”

  • 입력 2008년 7월 3일 08시 50분


두산 외야수 유재웅(29·사진)이 2일 대전 한화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모두 의아해했다. 두산이 4-6으로 패한 1일 경기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서다.

유재웅은 전날 ‘역적’이나 다름없었다. 1-0으로 간신히 앞선 2회초 무사 1루서 3-6-3 병살타, 1-4로 뒤진 5회초 무사 1루서 4-6-3 병살타, 7회초 무사 1·2루 추격 기회에서는 진루타 하나 못 치고 삼진으로 돌아섰다.

게다가 두산이 겨우 동점을 만들어놓은 8회말 2사 1·2루에서는 우측 담장 앞까지 천천히 날아간 한화 김태완의 타구를 잡지 못해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게 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그 정도 타구라면 수비수가 충분히 잡아줬어야 했다”며 혀를 찼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유재웅을 문책하는 대신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전날 못했다고 바로 빼면 앞으로 유재웅이란 선수는 망가져 버린다. 뺄 때 빼더라도 자신감은 회복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한 경기 져도 우린 여전히 2위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유재웅의 부진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김광림 타격코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괜히 위로해봤자 안 좋은 기억을 더 끄집어내기만 할 것 같았다. 일부러 아무 말도 안했다”면서 “아무래도 선수 자신이 가장 힘들 테니 깨닫는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코치의 말이 맞았다. 불면의 밤을 보냈다는 유재웅은 절치부심한 채 다시 타석에 섰다. 눈빛부터 달랐고, 결과로 말했다. 1-1로 맞서던 4회 무사 1·2루 2번째 타석에서 한화 선발 최영필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3점포를 터뜨렸다. 6-3으로 리드한 다음 타석에서는 한화 김혁민과 맞섰다. 이번엔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3번째 홈런이자 생애 첫 연타석 홈런. 2004년 7월 8일 마산 롯데전에서 3타점을 올린 이후 4년만에 경신한 개인 한 경기 최다타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부터 “유재웅을 거포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늘 고비를 넘지 못하는 유재웅을 보면서 “승부근성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번 넘어지면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던 유재웅이 하루만에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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