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야스의 손, 부폰보다 컸다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무적함대 무패질수다비드 비야(앞) 등 스페인 선수들이 이탈리아와의 승부차기에서 이긴 뒤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주역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에게 달려가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무적함대 무패질수
다비드 비야(앞) 등 스페인 선수들이 이탈리아와의 승부차기에서 이긴 뒤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주역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에게 달려가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이탈리아 승부차기 제압… 러시아와 결승행 격돌

일반적으로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들이 주연이라면 골키퍼는 조연이다.

하지만 그런 골키퍼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 있다. 양 팀이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을 때다. 팀의 승리는 오로지 골키퍼의 활약에 달렸다.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준결승전. 양 팀은 연장까지 120분간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눈부신 방어로 이탈리아를 4-2로 꺾고 대망의 4강에 진출했다. 이 승리로 스페인은 1984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이후 24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스페인은 전날 네덜란드를 꺾고 4강에 먼저 진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와 27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러시아와는 대회 두 번째 대결. 스페인은 이번 대회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를 4-1로 이겼다.

대회 전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두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조별리그에서 매 경기 2골 이상 넣으며 3전승으로 8강에 오른 스페인은 경기 내용에서 조별리그 1승 1무 1패 전적의 이탈리아를 압도했다.

스페인은 정확한 패스와 빠른 스피드를 내세워 이탈리아를 몰아붙였다. 연장 30분까지 120분 동안 스페인은 26개의 슛을 쏘았고 이 중 10개가 골문으로 향했다. 공이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의 손을 맞고 골대를 맞는 장면도 있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12개의 슛을 쏘았으나 유효 슛은 2개에 불과했다.

경기에서는 스페인이 우세했지만 승부차기는 ‘그라운드의 러시안 룰렛’이라는 표현처럼 또 다른 세계. 승부는 스페인의 골키퍼이자 주장인 카시야스에게 맡겨졌고 카시야스는 2-1, 3-2로 각각 앞선 상황에서 선방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카시야스는 이탈리아의 두 번째 키커 다니엘레 데로시가 왼쪽 구석으로 찬 공을 몸을 날려 완벽하게 막았고 네 번째 키커 안토니오 디나탈레가 오른쪽으로 찬 슛도 막아냈다.

스페인은 다섯 번째 키커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슛을 성공시키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카시야스는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때도 스페인의 수문장으로 한국과 승부차기를 벌였고 홍명보가 마지막 슛을 성공시킨 뒤 환호할 때 뒤에서 고개를 숙이던 바로 그 선수. 공교롭게 이번 4강전 상대인 러시아는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이끌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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