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현 동영상’ SK-KIA 앙금 쌓이네

  • 입력 2008년 6월 17일 08시 48분


15일 문학 KIA-SK전 도중 벌어진 양팀의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해 날짜가 바뀌었음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비난의 중심에 있는 윤길현 뿐만 아니라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하고 있는 SK 구단에도 따끔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구단 홈페이지는 성난 네티즌들의 항의 방문으로 한 때 서버가 다운됐다.

사과를 받아들인 KIA도 앙금을 말끔하게 털어낸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윤길현이 빈볼시비 뒤 타석에 선 최경환을 삼진 처리한 후 욕을 하는 동영상이 부각되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앞서 침을 뱉으며 ‘한번 해볼 테면 해보자’는 듯한 제스처에 이어 그의 입모양이 적나라하게 잡히면서 비난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경환은 16일 “어제 게임 끝나고 밥을 먹는데 길현이한테 전화가 왔다. 사과를 받아주긴 했지만 꼭 누가 시켜서 전화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썩 내키지 않는 목소리였다”면서 “아침에 뒤늦게 동영상을 보고 황당하더라. 동업자 정신이란 게 있고, 기본적인 예의란 게 있음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SK를 지휘했던 KIA 조범현 감독도 “그런 욕까지 했는지 처음엔 몰랐다”면서 “길현이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윤길현은 16일 통화에서 착잡한 목소리로 “진정된 후 사과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전화를 드린 것이다. 최경환 선배 뿐 아니라 KIA의 선배 형들에게도 문자로 ‘잘못했다’고 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욕을 한 것은 맞지만 최경환 선배를 향해서 한 것은 아니다. 다음에 KIA전이 있으면 직접 가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15일 경기 후 기민하게 움직인 SK 프런트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SK는 이날 오후 10시30분께 홍보팀을 통해 윤길현과 김원형이 최경환과 이종범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는 내용을 알렸다.비난이 거세지자 구단이 사과를 유도해 선수들을 움직이게 했고 이를 기다리고 있다가 알렸다는 말이다. KIA 한 관계자는 “윤길현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겠느냐. 불을 보듯 뻔하다”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SK 프런트는 4월 LG 김재박 감독이 SK의 비상식적 수비를 지적했을 때 ‘공개 사과하라’며 흥분하기도 하는 등 현장 일을 프런트가 나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윤길현의 행동 못지않게 ‘무관심 도루를 하지 말라’고 했던 케니 레이번의 말도 이치에 어긋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른 팀 한 관계자는 “지고 있는 팀이 한점이라도 따라붙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자기 방어율 운운하는 건 무슨 도의냐”면서 “의도적인 빈볼을 던지고 되레 성을 내는 게 어디 있느냐? 그렇게 나오니 다른 구단한테 동시에 똑같은 욕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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