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 이종범 대표팀 탈까?

  • 입력 2008년 6월 13일 08시 27분


지난해 페넌트레이스가 한창이던 4월의 어느 날, 2008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두산 김경문 감독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있어야한다. 반드시 데려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범(KIA)을 두고 한 말이었다.

김 감독은 국제대회의 특성상,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선수단을 이끌어줄 중심으로 그를 일찌감치 점찍었다. 그러나 이종범의 예상 밖 부진이 거듭되고 급기야 시즌 중반 2군을 오르내리며 ‘은퇴’까지 언급되자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종범 없이 올림픽 최종 예선을 치렀고 3월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본선 티켓을 확정한 후 올 시즌을 앞두고 작성된 100명이 넘는 ‘매머드급 예비명단’부터 5월 26일 발표된 46명 3차 예비엔트리까지 이종범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후보에 조차 올리기가 뭐할 정도였던 게 사실. 그러나 이종범이 5월 이후 꾸준히 강력한 재기의 몸부림을 펼치면서 ‘바람의 아들’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KIA에 이종범의 여권용 사진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최근 윤동균 KBO 기술위원장에게 이종범 발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때문이다. KBO로선 미리미리 사전 서류 작업용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이종범은 5월 월간 타율 0.389를 기록하며 늦바람이 분 듯 다시 ‘바람의 아들’로 돌아왔다. 12일 목동 우리전에 오른 발목이 조금 좋지 않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지난해에 비해 배트를 짧게 쥐고 스윙폼을 간결하게 다듬으면서 예전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규정타석에 조금 모자라지만 11일까지 시즌 타율 0.301을 마크하고 있다. 4월 월간 타율 0.204로 부진했던 이종범이 5월 들어 힘을 내면서 소속팀 KIA도 덩달아 상승세다.

KBO 기술위원회는 이달 하순 4차 엔트리 발표를 통해 예비엔트리 수를 줄이면서 이종범을 넣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 위해서는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는 7월 23일까지 꾸준한 성적을 보여야함은 물론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 4강을 이끌었던 이종범은 그해 타율 0.242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타율 0.174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바람의 아들’의 명예도 추락했다. 이제 조금씩 명예를 찾아가고 있는 이종범,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예전의 화려한 시절을 되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목동=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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