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이뤄 꼭 효도할거예요”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작년말 몽골서 귀화 고교유망주 이성

“좀 천천히 말씀해 주시면 안될까요. 잘 못 알아듣겠어요.”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는 난처한 기색이 느껴졌다. 연습을 하다 헐레벌떡 전화를 받은 그는 이제 한국에 온 지 1년 6개월째. 몽골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농구 유망주 이성(18)은 지난해 말 귀화했지만 농구보다 한국말이 어려운 듯했다.

그가 강원대사대부고 농구부에 합류한 것은 올 1월. 약체로 평가됐던 팀을 석 달 만에 연맹회장기에서 4강으로 이끌며 그는 단숨에 주목을 끌었다. 키 198cm, 체중 80kg인 그는 지난달 전국의 고교 유망주 40명이 참가한 ‘KBL/NBA 농구캠프’에서도 돋보여 관계자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이성이 농구를 시작한 것은 고작 3년 전. 하지만 빼어난 중거리 슛과 탄력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 준다. 같은 귀화선수인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SK)와도 종종 비교될 정도다.

그의 한국행은 행운이었다. 고향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한참 떨어진 시골. 하지만 몽골농구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성근 감독의 눈에 띄었고 동국대 농구부의 도움을 받아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꿈을 안고 왔지만 한국 생활은 쉽지 않다.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남동생 1명과 함께 몽골에 있는 어머니가 그를 뒷바라지한다. 그가 농구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문용 강원대사대부고 감독은 “이성은 근성이 있고 무엇이든 빨리 습득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국 음식이 안 맞아 고생했다”는 그는 벌써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아는 듯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한국에서 꼭 농구로 성공할 겁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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