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선수로 LPGA 데뷔 최나연…올시즌 12개 대회서 ‘톱10’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가냘픈 외모에 한없이 약해 보이는 이미지.

‘과연 험난한 객지 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들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한 ‘얼짱 골퍼’ 최나연(21·SK텔레콤).

2일 긴트리뷰트 대회가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운전하는 밴을 타고 9시간이나 걸려 다음 대회 장소까지 700마일(약 1130km)이나 이동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차 안에 대형 트렁크 가방만 7개를 넣고 다녀요. 밥과 찌개를 끓이는 코펠에 쌀, 반찬, 양념 등 없는 게 없어요. 잘 먹어야 힘을 내죠. 육류를 좋아해 쇠고기를 많이 먹어요.”

대기선수 신분이던 그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예선 탈락 한 번 없이 5번이나 ‘톱10’에 들었다. 상금 10위(44만 달러). 신인상 포인트에선 선두를 달리며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처음엔 그저 풀 시드가 목표였는데…. 그래도 욕심내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야죠.”

최나연은 2년 전부터 체력을 기르고 스윙도 바꾼 게 효과를 봤다고 한다. 소극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치며 설사 보기를 하더라도 버디를 더 많이 잡겠다는 전략으로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164개의 버디로 1위.

“드라이버 비거리가 280야드까지 늘었어요. 미국 코스는 러프는 길어도 한국보다 OB가 적고 널찍해 공략하기가 오히려 편해요.”

낯선 땅에서 20분 거리의 코스를 1시간 넘게 헤맨 적도 있고 영어 때문에 애를 먹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1주일에 한번 LPGA투어 사무국에서 한국 선수를 위해 배정한 영어교사의 수업을 듣는다.

최나연은 5일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 나간 뒤 다음 주 7개월 만의 국내대회인 BC카드클래식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한다. 7주 연속 출전의 강행군이지만 모두 중요한 대회라 의욕이 넘친다.

“팬들의 기대가 클 겁니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도 하고 싶으시겠죠.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 뭔지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켜봐 주세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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