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치악산 호랑이’로 불리며 코트를 호령하던 전창진 감독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경기 막판부터 시작된 눈물은 종료 버저가 울리고도 멈출 줄 몰랐다. 벌써 두 차례 정상에 서 봤지만 이번만큼은 감격이 남달라서였다. 동부 선수들은 그런 전 감독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동부가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삼성을 90-74로 대파하고 4승 1패로 우승했다. 2005년 팀 창단 후 첫 정상.
전 감독은 TG삼보 시절 두 차례 우승을 해봤지만 허재, 신기성, 양경민 등이 활약한 당시의 전력은 현재보다 훨씬 나았다.
지난 시즌 동부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곧바로 올 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두 달여에 걸친 웨이트 트레이닝과 여름철 태백산 지옥 훈련을 거쳐 일본 전지훈련 때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12일 동안 9경기나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간판스타 김주성뿐 아니라 표명일 강대협 이광재 김진호 등 무명에 가깝던 선수들의 기량은 눈에 띄게 향상됐고 통합 챔피언이라는 결실로 연결됐다.
전 감독은 평소 문자나 편지로 선수들을 격려했고 자칫 나태한 모습이라도 보이면 호통을 치는 등 세심한 리더십을 펼쳤다.
늘 후보 신세였다 주전 가드로 발돋움한 표명일은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고마워했다. 6개 팀을 전전한 ‘저니맨’ 강대협은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룬 뒤 트로피를 놓지 않으며 기뻐했다.
동부 골밑을 지킨 레지 오코사는 “감독님이 내일도 훈련시킬지 모른다. 한국에서 많이 배웠다”며 웃었다.
신선우 전 LG 감독의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3회)를 이룬 전 감독은 “대학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이렇게 운 것은 처음이다. 나보다도 고생한 선수와 스태프를 잘 써 달라”고 말했다.
동부에서 한배를 탄 그들 모두가 하나로 이뤄낸 값진 우승이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