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겐 야구도 격투기다! ‘대표적인 허슬 플레이어들’

  • 입력 2008년 4월 22일 10시 02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야구실력 못지않게 유명했던 요기 베라는 “허슬 플레이에는 슬럼프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요기 베라의 말이 더욱 와 닿을 수 있다. ‘허슬’하면 떠오르는 이름들, 그로써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선수들을 만나보자.

비록 도박 사건에 연루되며 아직 메이저리그에 복권하지 못하고 있는 피트 로즈는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찰리 허슬’이라는 별명에서도 나타나듯 로즈는 자신의 결함을 허슬 플레이로 이겨내며 4256안타로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에 올랐다. 마이너리그 시절 그를 평가한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그는 땅볼을 치건, 공을 잡기 위해 뛰건, 주루 플레이를 펼치건 온몸을 내던졌다. 그의 슬라이딩은 슬라이딩이라기보다는 육탄공세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렸다.

1970년 올스타전에서 그의 이런 플레이는 잘 표현된다. 당시 경기는 12회 연장까지 흘러갔고 2루 주자였다. 때마침 중전 안타가 나왔고 로즈는 미친 듯이 홈으로 쇄도했다. 문제는 상대 중견수 아모스 오티스의 송구가 너무 정확하고 빠르게 홈으로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해설자인 레이 포스는 여유있게 포구하고 로즈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온몸을 내던지며 슬라이딩하는 로즈와 충돌하며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점수는 결승점이 되었고 포스는 충격으로 어깨가 탈골되고 말았다. 지금도 이 장면은 올스타 경기 중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허슬의 대명사는 약간은 다른 의미의 선수다. 우리에겐 선행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3000안타에 도달하고 석 달 뒤 니카라과 지진 구호품을 직접 비행기로 싣고 가다 사고로 세상을 뜬 클레멘테 역시 공수주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된다.

교통사고 통증 참고 뛴 클레멘테

관중석 뛰어들어 파울 처리 지터

슬라이딩 캐치의 대명사 번즈 등

온몸 던지는 플레이에 팬들 환호

그의 경우는 약간 독특하다. 선수 시절 클레멘테는 지속적인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함께 뛰는 팀 동료들마저 당시 같은 리그에서 슈퍼스타로 군림하는 윌리 메이스의 그늘에 가려있는 클레멘테가 변명으로 그런 소리를 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경기에서 보여주는 활발한 주루, 수비, 공격의 모습과 결과로 나타나는 성적을 보면 믿기 어려울 만도 했다. 실제로 훗날 그의 허리 통증은 젊은 시절 당했던 교통사고의 휴유증으로 허리 디스크에 이상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그 흔한 근육 진통제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클레멘트의 플레이는 ‘허슬 플레이’ 그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이들의 후예는 요즘도 존재한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중에서도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와 애리조나의 에릭 번즈는 현대 야구의 허슬 대명사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양키스의 주장이며 선수들이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로 인정하는 지터는 보통 센스가 뛰어난 선수들이 약은 플레이를 하는 데 반해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유명하다.

수년 전 라이벌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파울 플라이를 잡기 위해 몸을 관중석으로 날려 얼굴에 심한 타박상을 입으면서도 공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플레이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특히 평범한 그라운드 볼에도 1루까지 전력으로 질주하는 등 주루 플레이에서 지터의 허슬 플레이는 빛을 발한다.

애리조나의 에릭 번즈는 오클랜드 데뷔 시절부터 모든 플레이를 마치 월드시리즈 7차전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려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미친 듯이’ 뛴다. 그에게 슬라이딩 캐치는 일상생활이며 심지어 홈으로 송구할 때 온 몸을 이용해 공을 던진 후 공중제비를 넘는 모습은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경우가 너무 빈번해 그의 부상을 염려한 감독이 ‘제발 송구할 때는 이런 공중제비를 하지 마라’고 권할 정도였다.

이렇게 늘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은 어느 시대, 어디서 뛰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팬들은 이런 허슬 플레이가 준비 없이 경기에 들어가서 갑자기 펼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속적인 트레이닝과 훈련을 거쳐야 부상없이 허슬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프로 선수에게 허슬은 의무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고 소홀히 할 수 있는 의무이기도 하다. 또 다른 허슬의 대명사를 기다려본다.

송 재 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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