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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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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맞붙게 된 이들의 인연이 묘하다.
두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80년대 실업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하게 지냈다. 올 정규리그에서 동부를 1위로 이끈 전 감독은 “삼성에 입단했을 때 준호 형이 최고참이었는데 늘 잘 챙겨줬다”고 회상한다.
전 감독은 2003년 농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당시 ‘야인’이던 안 감독을 대표팀 코치로 발탁해 화제를 불렀다.
안 감독은 2004년 삼성 감독에 부임한 뒤에는 모기업인 TG삼보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던 전 감독을 위해 음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 감독이 주최한 식사 자리에 안 감독이 참석해 계산을 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우정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해 이젠 앙숙이라도 된 것 같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김주성과 이세범의 영입을 둘러싼 동부와 삼성의 사전 접촉 의혹 속에 감정대립을 하게 된 것. 전 감독과 안 감독은 서로 “믿었는데…. 어떻게 선배가(후배가) 이럴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 전 감독과 안 감독이 이제 우승을 다투게 됐다. 둘 다 달변으로 유명하기에 벌써부터 장외 설전마저 뜨겁다. 먼저 챔피언전에 진출한 안 감독이 “치악산 호랑이(전 감독의 별명)를 잡아 보겠다. 형만 한 아우가 있느냐”며 선전포고를 했다.
전 감독은 “안 감독의 언변은 개그 프로에나 어울린다. 삼성은 챔프전에 올라간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사령탑의 대립 속에 삼성 이상민은 KCC 시절 자신에게 가려 후보 신세였던 동부 표명일과 맞대결을 벌이며 삼성 이규섭의 친형은 선수 출신인 동부 이흥섭 홍보팀장이다.
이래저래 엇갈린 만남 속에서 이번 챔피언전의 결과는 더욱 흥미롭기만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