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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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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에서 막을 내린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JAPAN(일본)’이라는 글자가 적힌 옷을 입은 여자 선수들이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중에는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아사다 마오(18·일본)도 있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18·군포 수리고)는 “미국, 일본 대표팀은 또래 선수들이 여럿이서 함께 다닌다. 나는 대회 때마다 몰려다니는 그들을 보고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열린 수많은 대회에서 김연아는 혼자였다.
일본만 하더라도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안도 미키, 나카노 유카리 등 또래 선수들이 같이 출전해 공식 행사나 식사를 함께하며 경기를 앞둔 긴장과 훈련 뒤의 피곤을 풀곤 했다.
몇 년 전부터 피겨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김연아 외에 세계 10위권 이내 수준의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마오는 “왜 일본에 좋은 선수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이 있어 서로 격려하고 경쟁해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김연아는 혼자였다. 그와 비슷한 라이벌이나 동료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나영(18·연수여고)의 등장은 김연아에게 큰 힘을 줬다. 초등학교 때부터 김연아와 함께 스케이트화를 신은 김나영은 2006년 교통사고로 빙판을 잠시 떠나 있었다. 당시 김연아는 세계적인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김나영은 올해 초 열린 4대륙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 김연아와 함께 출전했다. 김나영은 “연아가 고맙다. 연아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서 한국에 출전권이 한 장 더 늘어 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서로의 개인 홈페이지에 글도 남기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이제 김연아는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아직 김나영이 세계적인 선수는 아닐지라도 김연아에게는 자극을 줄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가 생겼다.
최근 ‘리틀 연아’로 불리며 2008 트리글라프 트로피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한 윤예지(13·과천중)의 등장도 반가운 소식이다.
한편 온세통신은 유망주들을 키우겠다며 피겨팀을 창단했다. 김연아는 ‘제2의 김연아’와 라이벌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발전을 위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