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토퍼 한축 이탈…창용특급 ‘창창한 앞날’

  • 입력 2008년 4월 1일 09시 01분


이가라시 개막전서 부상

선수 기용의 전권을 갖고 있는 감독이지만 팀 정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용병에게 팀 간판 자리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또 다른 후보는 한 때 팀의 붙박이 마무리였으니….

야쿠르트 임창용(32)이 최고 시속 156km의 직구를 무기로 ‘스왈로스 수호신’으로 단시간에 자리매김한 가운데 임창용과 또 다른 마무리 후보였던 이가라시 료타(29)에 대해 다카다 시게루 감독(63)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밝혀졌다.

임창용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박유현씨는 지난달 31일 “개막을 앞두고 감독님이 창용이를 부른 뒤 ‘우선 셋업맨으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료타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조만간 혼자서 마무리를 맡아 줘야할 것 같다.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야쿠르트를 담당하는 산케이스포츠 나가사키 유 기자도 “이가라시가 잘 했다면 한 동안 마무리는 그가 맡았을 것”이라고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다카다 감독은 임창용이 실력상 이가라시보다 위임을 인정하면서도 선수들 분위기, 임창용이 일본 무대 경험이 없는 것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우선은 임창용을 셋업맨으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다.

다카다 감독은 개막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서 “임창용과 이가라시를 상황에 따라 투입할 것”이라며 일종의 ‘더블 스토퍼’ 체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3월28일 요미우리와의 홈 개막전에서 임창용은 8회, 이가라시는 9회 등판해 승리를 지켰다. 임창용 등판 때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4번 이승엽 등 좌타자로 이어진 타순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였지만 이는 예정된 순서였던 것이다.

다카다 감독은 셋업 임창용, 마무리 이가라시를 염두에 두면서도 이가라시의 좋지 않은 몸상태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4년 37세이브(5승3패·방어율2.66)를 기록하며 막강 소방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가라시는 이후 수술과 재활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1군 무대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올 시범경기에서도 150km를 웃도는 직구를 자랑했지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다카다 감독의 예상(?)대로 이가라시는 개막전 1이닝 등판 뒤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3주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묘하게도 팀내 정서를 고려했던 다카다 감독의 ‘선견지명’이 맞아 떨어진 셈.

임창용은 “이가라시도 팀 동료이기 때문에 어서 빨리 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셋업맨을 하기 위해 일본에 온 게 아니다”며 마무리 자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나타내고 있다. 이가라시가 돌아오더라도 임창용이 제 몫만 해 준다면 이제 마무리 자리는 그의 ‘단독보직’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도쿄=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