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구단-선수 갈등 안타까워…일방적 고통분담 강요는 안돼”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 KBO경기위원으로 새출발 김시진 前현대감독

“감독을 그만둔 뒤 더 바빠요.”

3일 김시진(50·사진) 전 현대 감독의 목소리는 밝았다. 현대 구단을 인수한 우리 히어로즈가 경질을 통고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그는 “지난주에는 친구들과 제주도로 부부 동반 여행을 다녀왔다”며 “(감독) 잘린 턱을 내겠다는 지인들이 줄을 섰다”며 웃었다.

그의 새 직함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분과위원. 8일 개막하는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전국을 돌며 경기를 지켜볼 계획이다.

“이제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제3자의 시각에서 야구를 다시 만날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현대의 일부 선수가 연봉 계약을 놓고 새 구단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새 구단이 현대 선수 전원을 고용 승계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선수에게만 고통 분담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KBO 이사회가 ‘선수 동의가 없을 경우 연봉 2억 원 이상인 선수는 40%,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은 30%, 1억 원 미만은 25% 이상 깎을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하자마자 새 구단이 올 시즌부터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였다.

“현대가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을 때 선수들이 KBO에 연봉을 백지 위임한 것은 규약상 최대치를 깎아도 감수하겠다는 뜻이었어요. 새 구단이 새 규약을 적용해 전년도 연봉의 60∼80%를 깎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아닐까요?”

김 위원은 “새 구단과 선수들이 갈등을 하루빨리 해결하고 기분 좋게 올 시즌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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