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비결은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근육”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겨울마다 이승엽(요미우리)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아왔던 오창훈 관장(오른쪽)이 이승엽의 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오 관장은 신체 부위별 근육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창훈 씨
겨울마다 이승엽(요미우리)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아왔던 오창훈 관장(오른쪽)이 이승엽의 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오 관장은 신체 부위별 근육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창훈 씨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을 않던 그 친구가 올해는 ‘왼손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홈런을 30개나 쳤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2004년부터 겨울마다 이승엽(31·요미우리)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대구 수성구 지산동 세진헬스 오창훈(35·사진) 관장은 그를 ‘지독한 프로’라고 말했다.

오 관장과 이승엽은 두 사람의 누나가 친구인 인연으로 1996년 처음 만났다. 당시 프로 신참이던 이승엽은 체력보충제를 오 관장에게 부탁하곤 했다. 당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몰랐던 이승엽은 몸을 유연하게 하고 간단히 바벨을 드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승엽이 일본 진출 첫해 롯데에서 타율 0.240에 14홈런, 50타점을 기록한 뒤 오 관장에게 “며칠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일본에서 2군으로 강등됐을 때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항상 1등이던 이승엽이 자존심을 다친 거죠.”

오 관장은 몸을 부위별로 나눠 유연성 있고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평소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이승엽이 운동한 지 30분 만에 티셔츠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였다.

“야구선수는 근육을 키우기보다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타격할 때 순간적인 힘을 내야 하기 때문이죠.”

이승엽은 힘든 훈련을 견디면서 달라졌다. 타격 시 임팩트가 강해지면서 그의 홈런포는 직선타로 뻗어나갔다. 2005년 30홈런, 지난해 41홈런으로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 관장이 ‘웨이트 트레이닝 전도사’가 된 것은 20년 전 대구동중 3학년 때 우연히 헬스장을 찾으면서부터. 유도선수로 힘을 키우려다 보디빌더가 됐고 대륜고 재학 시절 미스터 코리아 학생부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부터 지금의 헬스클럽을 직접 운영했다. 상대방의 몸이 달라지도록 도와주는 일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박찬호의 활약은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줬죠. 저 역시 운동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체력 보강 프로그램으로 ‘제2의 박찬호와 이승엽’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구=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촬영 : 황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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