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 6년 끝에 토론토 주전으로 뜬 자마리오 문

  • 입력 2007년 11월 20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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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유망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다. 특히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점차 리그에 적응해 가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땐 그 재미는 배가된다. 올 시즌 캐나다 유일의 북미프로농구(NBA) 팀인 토론토 랩터스에도 기대치 않은 '깜짝' 활약으로 기쁨을 주는 루키 유망주가 있다. 바로 등번호 33번 자마리오 문.

6피트8인치(2m3cm)의 스몰포워드 문은 프로농구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드래프트 방식을 통해 뽑힌 선수도 아니기에 토론토 골수팬이 아니라면 이름마저 생소하다. NBA 공식 웹사이트(www.nba.com)에도 단순기록 외엔 그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 이런 무명선수가 '꿈의 무대'인 NBA에서 데뷔 3경기 만에 지난해 동부컨퍼런스 대서양지구 패권을 차지했던 랩터스의 주전으로 뛰어올랐다.

문은 앨라배마 쿠스 센트럴 고등학교 최고 유망주로 2000년 메리데인 칼리지에 진학해 첫 해 평균 20.8득점 8.7리바운드로 팀 내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대학 1년을 마친 후 곧바로 NBA 드래프트에 도전한 그는 생애 첫 쓴맛을 경험한다. 최소한 2라운드 중위권 픽으로 뽑힐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아무 팀도 그를 지목하지 않은 것.

드래프트 실패로 방황하던 문은 결국 학교 팀에서도 제명을 당하며 그대로 농구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바닥까지 떨어졌던 문은 다시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NBA 산하 마이너리그격인 NBDL(National Basketball Development League)에서 뛰며 여름마다 각 구단이 마련한 여름캠프의 문을 두드린 것. 밀워키와 시카고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선수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또다시 실패를 맛본 문은 이듬해 약점으로 지목되던 가벼운 몸을 극복하기 위해 체중을 불렸고 특유의 긴 팔과 운동능력을 살려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했다. 또 끊임없는 노력으로 짧았던 슛 거리를 늘여나갔다. 그 결과 2006-07시즌 문은 CBA(Continental Basketball Association)의 올버니 패트룬스(Albany Patroons)에서 뛰며 득점 7위(18.8점), 리바운드 5위(7.8개), 스틸 3위(2.0개), 블록 2위(2.4개)를 기록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그는 덩크콘테스트와 최고수비상을 동시 석권하며 빅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 여름 랩터스 여름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문은 타고난 운동능력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토론토 코칭스태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04년 1라운드 10번 픽인 루크 잭슨과 트레이닝캠프 마지막 날까지 경합한 끝에 2007-08시즌 개막전 15인 선수명단 맨 밑에 이름을 올리며 염원하던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다. 하위리그와 멕시코프로리그를 전전하며 6년 동안 계속된 도전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랩터스의 첫 3경기 동안 코트를 밟지 못했던 문은 지난 6일 밀워키 벅스와의 원정경기에서 NBA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굼뜬 움직임을 보이며 14분 동안 1득점(4리바운드)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팀이 3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9일 식서스와의 경기에서 문은 벤치에서 나와 22분을 뛰며 9득점 8리바운드 2스틸 1블록으로 승리에 톡톡히 기여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상대팀의 에이스 안드레 이궈달라를 묶는 강력한 수비와 스틸에 이은 호쾌한 덩크슛으로 샘 미첼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다음날 벌어진 시카고와의 원정경기에선 데뷔 3경기 만에 주전 스몰포워드로 출장, 12득점 6리바운드 3스틸로 '오늘의 선수(Player of the Game)'로 선정됐다. 랩터스는 문이 주전으로 나서면서 상대팀 스몰포워드에 대한 수비 문제가 해결됐고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도 두터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다. 문은 NBA에서 3경기를 뛰었고 주전으로 나선 것은 단 1경기일 뿐이다. 하지만 문의 플레이엔 관중을 흥분시키는 무엇이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빈스 카터가 뉴저지로 떠난 후 토론토가 가지지 못한 ‘익사이팅’이 바로 그것이다. 문의 활약으로 다시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토론토. 27살 늦깎이 루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객원기자 정재호(캐나다 한국일보 / www.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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