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잘해야 야구대표팀이 산다?’

  • 입력 2007년 11월 6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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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잘해야 대표팀이 산다?’

지난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야구대표팀의 평가전. 경기 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12월 1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에 출전하는 대표팀이 대표 2진이라 할 수 있는 상비군에 5-10으로 패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실 상비군 멤버들 역시 말 그대로 대표팀의 일원이다. 11일 떠나는 일본 전지훈련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상비군팀 누구라도 컨디션에 따라 대표팀에 승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5일 경기는 대표팀끼리의 자체 청백전이므로 승패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점검하는데 중점을 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첫 번째 평가전 후 나름대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그를 든든하게 하는 것은 그의 두산 제자들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점 한 점이 중요한 단기전 승부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궁합이 좋아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작전을 누구보다 잘 이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두산 선수들이기에 이들의 활약은 김 감독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첫 번째 평가전에서 대표팀과 상비군 할 것 없이 두산 출신 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종욱과 채상병은 홈런포를 가동했고 고영민, 김현수 등도 타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이승학, 임태훈 등 투수들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반면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무섭게 돌았다. 타 팀 선수들에 비해 최근까지 실전을 치른 탓에 체력적인 부담은 있을지언정 타격 감만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두산 출신 타자들의 활약은 대표팀 전체에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은 김경문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더 없이 듬직한 일꾼들이다. 두산은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특유의 기동력을 앞세워 필드를 휘젓고 상대팀의 혼을 빼놨다. 발야구의 선봉에 섰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표팀의 이종욱과 고영민. 누구보다 김경문 감독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의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면 대표팀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도루왕 이대형(LG)까지 가세해 대표팀은 그야말로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번 올림픽야구대표팀을 뒤에서 돕고 있는 다수의 인사가 두산 출신이라는 점도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두산 수석코치 김광수씨가 대표팀 수비코치를 맡고 있으며 김태형, 김민호 코치도 나란히 보조코치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김 감독을 보좌한다. 이밖에 대표팀의 트레이너 2명과 팀 보조요원 2명도 모두 두산에서 차출됐다.

이쯤 되면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소속팀 두산에서 좀 더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야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하다. 대표팀에 확실한 친정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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