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축구팀 ‘술판’ 적절한 징계수위는?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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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실수로 평생 쌓은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아닐까.

한국축구대표팀의 ‘철벽 수문장’ 이운재(34·수원 삼성)가 바로 그 심정일 게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다. 2002 한일월드컵 때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보여 준 그의 플레이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운재의 온몸 방어는 ‘4강 신화’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뛰었고 2007 아시안컵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간 이란과의 8강전,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철통 방어로 한국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2007 아시안컵 기간에 술을 마신 게 최근 드러나 그동안 쌓은 업적은 물론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함께 술을 마신 ‘꺽다리’ 우성용(34·울산 현대)과 김상식(31·성남 일화), 이동국(28·미들즈브러)도 처지가 비슷하다. 우성용은 대표팀에선 큰 활약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K리그의 간판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김상식과 이동국은 아직 대표선수로 뛸 수 있는 재목들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열과 성의를 다해 응원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도 있다. 한번의 실수로 그들의 축구 인생이 끝난다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는 프로선수가 대표팀 소집 기간에 이번과 같은 ‘음주 파문’ 등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표팀에 뽑지 않는 것으로 징계를 마무리한다. 선수는 프로팀의 자산이기 때문에 프로리그 출전까지 막지는 않는 게 관례다. 그래야 그들도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후면 은퇴할 이운재와 우성용, 그리고 아직 한국축구를 위해 뛰어야 할 김상식과 이동국에게 죗값을 치르며 더 열심히 뛸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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