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세계14위 2시간23분만에 3-0 완파 ‘어게인 2000’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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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US오픈 때만 해도 그는 메이저 테니스대회에 처음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며 16강전에서 당시 세계 1위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만나게 됐을 때 외신들은 ‘강원도 산골 출신 무명의 작은 기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새 역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아시아 대륙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 이형택(31·삼성증권).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인 세계 43위에 오른 그는 3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2회전에서 세계 14위 기예르모 카냐스(30·아르헨티나)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2시간 23분 만에 3-0(7-5, 7-5, 6-3)으로 완승했다. 윔블던에 이어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32강 진출.

‘황제’ 로저 페데러(스위스)를 상대로 올 시즌 2승을 거둔 카냐스를 맞아 이형택은 서브 에이스에서는 3-16으로 크게 뒤졌으나 과감한 네트 공략과 좌우로 퍼지는 각도 깊은 스트로크를 앞세워 예상 밖의 낙승을 이끌었다.

이형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기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첫 세트를 4-0까지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고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갈 만할 때마다 잘 끊어준 게 주효했다”고 기뻐했다.

이형택은 영국의 차세대 스타인 세계 19위 앤디 머리(20)와 2일 16강 진출을 다툰다.

머리는 대회 최고령 출전자인 요나스 비예르크만(35·스웨덴)을 3시간 37분 만에 3-2로 꺾고 3회전에 합류했다.

이형택은 190cm의 장신인 머리와 올해 2월 SAP오픈 8강전에서 맞붙어 풀세트 접전 끝에 1-2(6-4, 3-6, 6-7<4-7>)로 진 적이 있다. 머리는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1회전에서 허벅지 근육통을 견뎌 내며 극적으로 승리한 이형택은 “머리는 젊고 경험이 많지만 서브와 스트로크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몸 상태가 좋아졌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머리는 올해 들어 손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이형택으로선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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