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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28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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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진판독 화면을 봐도 누가 1위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세계 육상 사상 초유의 박빙 레이스가 펼쳐졌다.
27일 밤 200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결승이 벌어진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
베로니카 캠벨(자메이카)과 로린 윌리엄스(미국)는 같은 시간에 결승선을 끊었다. 둘 다 11초01.
역대 세계 대회 사상 가장 늦은 기록이었지만 어쨌든 우승자를 가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1, 2위뿐만이 아니다. 3¤5위로 들어온 카멜리타 지타(미국.11초02), 토리 에드워즈(미국11초05), 킴 게바에트(벨기에.11초05)도 사진 판독 화면에 한데 몰려 있었다.
3레인의 윌리엄스가 머리 쪽은 앞선 것 같았지만 결승선 통과 기준인 가슴은 캠벨이 먼저 찍은 것도 같은 사진이었다.
중계방송 카메라도 누가 우승자인지 알 수 없었다. 캠벨과 윌리엄스, 에드워즈를 번갈아 가며 비췄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여 팬들도 웅성거렸다. 이쪽, 저쪽에서 '누가 1등'이라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캠벨과 윌리엄스는 5분 넘게 전광판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심판장이 사진판독 결과를 발표했다. 캠벨이 1위, 윌리엄스가 2위.
놀란 캠벨은 관중석에서 자메이카 국기를 찾았다. 그제야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천분의 1초로도 가리기 힘든 '종이 한 장 차이의 레이스'가 펼쳐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캠벨은 "전광판을 바라보는 5분은 내 생애 가장 오랜 기다림이었다. 1등부터 4등까지 왔다갔다하자 혼란스러웠다. 신에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2위를 한 윌리엄스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여성'을 가려내기는 박빙의 레이스만큼이나 힘들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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