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영웅 빅3 누가 더 셀까?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행크 에런은 31년간 지켜 오던 통산 홈런왕의 권좌를 8일 배리 본즈에게 내줬다.

그러나 아직도 본즈 대신 베이브 루스나 행크 에런을 최고의 홈런 타자로 꼽는 팬이 많다. 활약한 시기가 다른 3명을 놓고 획일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홈런 영웅들의 특징을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화끈하기로는 루스가 최고다.

1914년 데뷔한 루스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리기 전에는 투수로 더 유명했다. 1917년 24승을 올린 것을 비롯해 통산 94승 46패 평균자책 2.28을 기록했다. 루스의 팬들은 그가 타격에만 전념했다면 훨씬 더 많은 홈런을 때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10타수당 홈런 수에서 루스(0.85개)는 본즈(0.77개)와 에런(0.61개)을 압도한다. OPS에서도 루스는 1.164로 역대 메이저리거 가운데 최고다.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것으로 얼마나 많이 출루하고 얼마나 멀리 치는가를 보여 줘 타자의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본즈는 1.051이고 에런(0.929)은 1에 못 미친다.

꾸준하기로는 에런이 꼽힌다.

에런은 23시즌을 뛰면서 한 번도 50홈런을 넘긴 적이 없다. 1971년 47홈런이 최고다. 시즌 평균 33홈런으로 늘 비슷비슷한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에 전성기가 따로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통산 OPS도 역대 3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시 극단적인 인종 차별 분위기 속에 살해 위협을 느끼면서도 ‘백인의 영웅’ 루스의 기록을 깼고 이후 41개의 홈런을 보태며 자연스럽게 ‘세계의 홈런왕’으로 인식됐다.

본즈는 말 그대로 호타준족에 선구안까지 갖춘 ‘만능 타자’다.

본즈는 빅리그 초기 톱타자로 활약했다. 데뷔 첫해 16개의 홈런을 때리는 동안 36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1990년에는 5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도루 514개로 메이저리그 32위에 해당한다. 흔히 ‘안타 한 개’로 꼽는 볼넷은 통산 2540개로 메이저리그에서 단연 선두. 본즈의 팬들은 투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홈런을 756개나 때려 낸 점이 그가 최고의 홈런왕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한다.

빅리그의 ‘빅3’는 아니지만 통산 868개의 홈런을 때린 일본의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감독)도 빼놓을 수 없는 홈런왕이다. 그는 10타수당 1개(0.94개)에 가까운 홈런을 쳐내 홈런 생산 능력도 수치상으로는 세계 최고다.

최연소 500홈런을 달성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최다 홈런경쟁에 뛰어들 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 활약하던 2003년 만 26세 10개월 4일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300홈런 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요미우리)도 가능성이 높다. 타수당 홈런 개수는 0.74개로 로드리게스(0.70개)보다 낫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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