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농구 한일전 중계 외면…방송사 “시청률 때문” 항의 빗발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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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한일전이 열리고 있는데 요미우리를 응원하라는 건가요?”

제24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결선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린 1일 밤.

한 장뿐인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칠 한일전에 농구팬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시작 시간인 오후 8시 15분에 MBC-ESPN에 채널을 맞춘 시청자들은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예선부터 한국 경기를 생중계했던 방송사가 막상 가장 중요한 경기는 내보내지 않은 것. 그 시간 MBC-ESPN 화면에는 일본프로야구 이승엽의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전까지 한국 경기는 일본 야구가 시작하기 전에 열렸다.

방송사 홈페이지 고객센터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비판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2일 오후까지 홈페이지에는 사과나 어떤 해명의 글도 올라 있지 않다.

MBC-ESPN은 2일 “일본 야구가 끝나면 중계를 하려 했다”며 “공중파 MBC가 다음 날 새벽에 녹화 중계 편성을 한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농구는 야구보다 시청률이 낮다. 한 공중파 방송의 스포츠 PD는 “야구 시청률이 농구보다 5배는 높을 것”이라며 “농구를 중계했다면 이승엽 팬들이 항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야구도 찬밥 신세가 된 지 오래다. SBS스포츠는 지난해 8월 프로야구 한화 송진우의 첫 200승 현장을 외면하고 일본 야구를 중계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편성권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방송사가 시청률만 좇는 동안 한국 스포츠 저변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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