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축구]한국, 인니 꺾고 '기적의 8강 진출'

  • 입력 2007년 7월 18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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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에서 김정우가 첫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한국 대 인도네시아 경기에서 김정우가 첫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베어벡호가 천신만고 끝에 벼랑에서 탈출했다.

아시안컵축구에서 치욕의 조기 탈락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꺾고 같은 조 사우디 아라비아가 바레인을 잡아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우디와 바레인이 비기면 인도네시아를 이겨도 탈락할 상황이었지만 축구 팬들의 간절한 염원 속에 바늘구멍 같은 희망이 현실로 바뀌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본선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전반 33분 김정우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홈팀 인도네시아를 1-0으로 물리쳤다.

같은 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사우디는 바레인을 4-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1승1무1패(승점 4)가 된 한국은 인도네시아(1승2패), 바레인(1승2패.이상 승점 3)을 간신히 제치고 사우디(2승1무.승점 7)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22일 저녁 7시20분 C조 1위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4강 진출을 다툰다.

베어벡 감독은 최성국-조재진-이천수를 스리톱에 놓고 중원에 김정우와 손대호, 김상식을 배치했다.

공격진은 1차전 염기훈-조재진-최성국, 2차전 염기훈-이동국-이천수와 달리 변화를 줬다.

포백 수비라인에는 김치우, 김진규, 강민수, 오범석이 섰고 수문장은 그대로 이운재가 나왔다.

인도네시아의 불가리아 출신 이반 콜레프 감독은 골키퍼를 얀드리 피토이에서 신장이 더 좋은 마르쿠스 리리히나로 바꿨을 뿐 기존 베스트 일레븐을 그대로 중용했다.

밤방 파뭉카스와 엘리에 아이보이, 부디 수다르소노가 공격 라인에 섰다.

초반 인도네시아의 거친 플레이가 난무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8만여 홈 팬들의 열렬한 함성에 힘을 받은 인도네시아는 한국 선수들을 에워싸고 마구 거친 태클을 감행했다.

전반 5분 이천수가 태클을 당한 뒤 흥분해 상대 선수와 신체 접촉도 있었다. 이어진 이천수의 프리킥은 골키퍼 정면.

전반 8분 첫 번째 찬스가 왔다.

조재진이 아크에서 오른쪽 공간을 열어주고 최성국이 강슛을 때렸다. 볼이 골키퍼에 맞고 다시 튀어나오자 김정우가 리바운드 왼발 슛을 꽂았지만 포스트 옆으로 빗겨갔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오프사이드에 네 번이나 걸렸다. 상대 거친 수비에 애를 먹었다.

이 때 팔렘방 경기장에서 희망이 깃든 소식이 날아왔다. 전반 18분 사우디의 아메드 알 무사가 바레인 골문을 열었다.

한국이 이기면 8강에 올라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28분 아찔한 위기를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수비진이 또 흔들렸다.

엘리에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었기에 망정이지 엄청난 재앙을 부를 뻔 했다.

그리고 전반 33분.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구해내는 선제 결승골이 터졌다.

이천수와 김정우의 합작품이었다. 이천수는 아크 왼쪽에서 횡으로 수비수 세 명을 뚫고 들어가 공간을 만들었다.

빼앗길 듯, 빼앗길 듯 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비벽을 무너뜨렸다.

이천수가 아크 오른쪽으로 빈틈을 열어주자 김정우가 지체없이 오른발 캐넌슛을 때렸다.

볼은 앞에 있던 수비수 무하마드 리드완의 가슴을 스치면서 오른쪽으로 약간 굴절돼 인도네시아 골문 오른쪽 구석에 사정없이 꽂혔다.

골키퍼 마르쿠스가 어정쩡하게 몸을 날려봤지만 볼의 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4분 뒤 김상식의 헤딩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간 뒤 또 위기가 왔다.

전반 인저라타임 엘리에에게 다시 오른쪽 돌파를 허용했고 슛이 왼쪽 골 포스트를 빗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베어벡호는 그대로 전반을 마쳤고 사우디는 한 골을 더 넣어 바레인을 2-0으로 앞섰다.

사우디-바레인전이 안정권에 들어가자 베어벡호는 추가골을 노렸다.

하지만 내용은 좋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진 인도네시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후반 9분 조재진의 헤딩슛은 골문으로 향하지 못했고 12분 김정우의 땅볼 슛은 약했다.

염기훈을 최성국 대신 투입한 한국은 후반 24분 염기훈, 이천수로 이어진 패스를 김정우가 완벽한 오픈 찬스에서 강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팔에 걸렸다.

후반 29분엔 이천수가 오프사이드 함정을 뚫고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마무리 슛이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다.

마지막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후반 종료 2분 전 인도네시아 공격수 엘리에에게 또 뚫릴 뻔 했다. 역습을 당하자 수비진이 마구 허둥댔다.

이 사이 사우디-바레인전은 사우디의 4-0 대승으로 끝났다.

후반 인저리타임 4분만 버티면 8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

태극전사들은 인도네시아의 거친 저항을 온몸으로 막았다. 월드컵축구 4강국의 자존심을 이대로 내동댕이칠 순 없다는 오기로 간신히 시간을 버텨냈고 베어벡호에 8강이란 기적 같은 선물이 주어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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