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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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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성지’였다. 적어도 1982년 9월 잠실야구장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비록 프로야구를 잠실에 내줬지만 그 뒤에도 각종 고교 대회를 비롯한 아마추어 야구는 동대문이 주무대였다. 1947년 시작된 황금사자기도 그곳에서 수많은 팬의 함성을 먹고 자라 환갑을 넘겼다.
전교생 1500명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천안북일고 김선종(49) 교무부장은 “비록 졌지만 이곳에서 열리는 마지막 황금사자기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야구장의 개장일은 1959년 8월 20일. 하지만 실제로는 그전부터 있었다. 원로 야구인 어우홍(76) 씨는 “일제강점기에도 지금 자리에 야구장이 있어 많은 경기가 열렸다”고 회고했다.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는 11월 철거되는 동대문야구장을 대신해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2만 석 규모의 야구장을 짓는다. 2010년 3월 완공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2년 동안은 광진구 구의정수장과 양천구 신월정수장 용지 2곳에 야구장을 만들어 각종 대회 예선을 치를 계획이다. 결승전 등 주요 경기는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수도 있다.
동대문야구장은 10월 17일부터 열리는 제41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를 끝으로 없어진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야구를 품어 온 동대문야구장. 사람이라면 할 말이 오죽 많을까. 혹시 이런 얘기를 남기고 싶지는 않을까.
“사라질 때가 다가오네요. 제가 떠나면 이 자리에 예쁜 공원이 들어선답니다. 부디 거기 한 귀퉁이에 제가 있었다는 사실만 돌로 새겨 남겨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서 ‘아, 여기가 동대문야구장이었구나’ 소리를 들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프로야구 인기가 다시 살아났다면서요? 앞으로도 야구 사랑해 주시고 야구장도 자주 찾아 주세요. 그리고 가끔은 그 선수들이 모두 저를 거쳐 갔다는 것도 기억해 주시고요. 그동안 야구와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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