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K완봉승 천안북일 고원준 ‘말보다 실력’

  • 입력 2007년 7월 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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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학년이지만 진로는 생각했나?” “아직...”

“프로, 대학 중 어디가고 싶나?” “프로 가야죠.”

“그게 진로 아닌가.” “....”

2일 열린 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준결승에서 천안북일고를 4강에 올려놓은 고원준(2학년)은 목소리도 작고 말주변도 없었다.

수훈 선수로 첫 인터뷰를 가진 탓인지 승리소감도 “열심히 했다”는 단답형이었다. 닮고 싶은 선수도 2000년 데뷔 때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화의 조규수를 꼽았다.

실망스러운 인터뷰였지만 고원준은 이날 ‘실력’으로 모든 걸 입증했다.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에 삼진은 무려 13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대회 두 번째 콜드게임 완봉승이다. 타석에서도 1회 결승 2루타를 뽑아냈다.

그는 “평소에는 범타로 유도했는데 오늘은 상대팀선이 도와준 것 같다”며 “초반엔 직구로 승부했고 나중엔 슬라이더로 잡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구속은 138km/h. 서클체인지업과 포크볼도 각각 3개씩 던져 배재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고원준은 “우승…”, “팀에 도움만 주면…”이라고 모기만한 소리로 답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지 물어보니 이 18세 학생은 “친구들과 있으면 말을 잘 한다”며 모처럼 큰 목소리를 들려줬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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