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최경주, 별들의 파티에서 시즌 첫 우승컵

'한국산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는 초호화 출전 선수 명단을 자랑하는 특급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경주는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36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라이언 무어(미국·272타)를 1타차로 따돌린 최경주는 시즌 첫 우승과 함께 개인통산 다섯번 째 우승컵을 수확했다.

특히 최경주는 타이거 우즈(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그리고 애덤 스콧(호주), 짐 퓨릭(미국),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을 비롯해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빠짐없이 참가한 특급 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거머쥐어 메이저 대회 우승도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최경주가 우즈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108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탄 최경주는 상금랭킹 38위에서 8위(216만3629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32위에 머물고 있는 세계랭킹도 10위권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주최자인 '살아 있는 전설' 잭 니클러스(미국)는 최경주에게 우승컵을 건네주며 "최경주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두에 5타차 공동7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초반부터 버디 쇼를 펼치며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1번홀(파4)과 3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뽑아내며 대역전 드라마의 서막을 알린 최경주는 5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물에 빠트리고도 파를 잡아내 역전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숨을 돌린 최경주는 6번(파4), 7번(파5), 8번(파3), 9번홀(파4)에서 줄 버디를 엮어내며 선두로 뛰어 올랐다.

최경주는 11번홀(파5)에서 다시 한번 1타를 줄였지만 무어, 로드 팸플링(호주), 스콧 등이 1타차로 따라 붙어 우승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3번홀(파4)에서 1타를 잃은 최경주는 그러나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서 최경주의 뒷심이 빛을 낸 것은 잇따라 그린을 놓친 마지막 3개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최경주는 2m 파퍼트를 집어넣었고 두번째샷을 관중석으로 날려보낸 17번홀(파4)에는 4.5m 파퍼트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1타 뒤진 채 먼저 경기를 마친 무어가 연장전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최경주는 18번홀(파4)에서도 두번째샷을 벙커에 빠트렸지만 멋진 벙커샷에 이어 1.5m 파퍼트를 어김없이 집어넣으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13번홀부터 17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66타를 때린 무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섰고 18번홀 그린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니클러스는 "자네가 우승했네"라며 악수를 건넸다.

최경주는 "니클러스가 쓴 책을 꼼꼼하게 읽었고 니클러스의 경기를 찍은 비디오를 몇 시간 동안 본 것이 오늘 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며 위대한 챔피언에 대한 예우를 표시했다.

경기 중반까지 최경주를 추격하던 팸플링은 17번홀 보기로 주저 앉았고 스콧 역시 17번홀과 18번홀 연속 보기로 백기를 들었다.

9언더파 63타의 맹타를 휘두른 케니 페리(미국)가 팸플링과 함께 공동3위(15언더파 273타)에 올랐고 2언더파 70타를 친 스콧은 공동5위(14언더파 274타)에 그쳤다.

우즈, 엘스, 싱은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쳤지만 최경주를 따라 잡기에는 전날 벌어진 타수차가 컸다.

이들 '빅3'는 공동15위(9언더파 279타)까지 순위를 끌어 올린 데 만족해야 했다.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도 5타를 줄여 공동35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